[노트북 너머] 검사의 태도

▲김이현 사회경제부 기자

검찰청이 78년 만에 사라진다. 검찰은 수사 기능을 내려놓고 법무부 소속 공소청으로 바뀐다. 정권 교체와 함께 예고된 수순이었지만, 일부 정치검사의 행태가 개혁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검찰 내부는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반발성 사표가 이어지고, 지휘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출하고 검찰 구성원들의 의견과 지혜를 충실히 듣겠다"며 달랬지만, 동요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밖에서 보는 시선은 사뭇 다르다.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 담당 검사는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서 중간중간 고압적 태도로 여당 의원들과 맞섰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오만하고 반성하지 않는 태도가 너무 충격적"이라고 지적했고, 생중계를 본 누리꾼들도 '검찰개혁이 필요한 이유'라고 비판했다.

검사 개인의 태도가 곧바로 '조직 해체' 논리로 이어질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 조직이 어떻게 비칠지에 대한 고민마저 없었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국회의원들의 윽박지르기는 낯설지 않지만, 검사의 이 같은 태도는 보기 드문 일이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몇 해 전 한 젊은 검사가 재판에서 피고인을 신문하며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증거를 가지고 있으니 우기지 말라는 취지였다. 다른 한 검사는 기업수사를 하며 "범죄자가 한 둘이 아니다"라고 자신했지만, 이후 관련자들은 줄줄이 혐의없음이나 무죄로 결론 났다.

관봉권 띠지 분실 담당 검사는 "관봉권이 훼손된 것은 오로지 제 책임"이라면서도 "수사 자체에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이번에도 자신의 수사와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처럼 들렸다. 사건 기록을 가장 깊이 들여다본 당사자겠지만, 검사라고 무오류의 존재도 아니다.

어느 조직이든 묵묵히 일하는 이들이 대부분이고, 검찰도 예외는 아닐 듯하다. 하지만 검사 한 명의 태도만으로도 조직 전체가 비판받는 게 지금 검찰의 현실이다. 검찰 개혁을 앞두고 향후 1년간 조직 개편과 관련 법 개정뿐 아니라 헌법소원, 권한쟁의심판 등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어쩌면 권한의 크기보다 태도의 무게가 미래를 결정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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