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25% 관세’ 한국 車산업의 생존 시험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꺼내 든 25% 자동차 관세 카드가 한국 자동차 산업의 목줄을 조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산 자동차 수출액은 700억 달러에 달했는데 절반 이상이 미국으로 향했다. 관세율에 따라 연간 350억 달러 규모 수출길이 위축될 수 있다.

문제는 한국만 역차별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유럽산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관세율을 27.5%에서 15%로 낮췄고 일본산 자동차 관세도 15%로 인하했다. 그러나 한국은 관세 협상 후속 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여전히 25% 고율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한국의 25% 관세가 유지되면 동일 차급에서 일본·유럽 브랜드 대비 가격 경쟁력이 20~30%포인트(p) 낮아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세 격차는 곧 글로벌 시장 점유율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한국산 전기차와 부품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배제에 이어 또 다른 불리한 조건을 안게 됐다. 업계는 “IRA에 이어 고율 관세까지 겹치면 이중·삼중의 장벽이 된다”며 우려를 쏟아냈다. 미국 내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과 함께 한·미 간 통상마찰 심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한국 내 변수도 만만치 않다. 현대자동차의 임금협상은 마무리됐고 기아도 조합원 찬반 투표만 앞두고 있지만 현대모비스 자회사인 모트라스와 유니투스 노조는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 울산공장과 기아 오토랜드 광주 일부 라인이 멈췄다가 가동되기를 반복하고 있다. 두 공장은 스포티지·쏘울·셀토스 등 하루 1000여 대를 생산하는 핵심 기지로 이번 파업으로 현대차·기아 기준 하루 수천 대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에 고율 관세까지 겹치면 수출 경쟁력은 이중으로 무너진다. 지역 공장의 가동률 저하는 곧 고용·협력업체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자동차 산업 고용은 완성차 32만 명, 협력업체까지 50만 명 이상에 달한다.

4분기 전망도 어둡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자동차는 9월부터 일본, 유럽연합(EU)보다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불리한 상황에 놓이면서 기업경기전망지수(BSI)가 전 분기 대비 16p 하락한 60이었다. BSI는 지수가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무협의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EBSI)에서도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은 69.3을 나타냈다. 1분기(130.7) 이후 3분기 연속 100을 밑돌고 있다. 무협은 수입규제·통상마찰, 수출채산성, 제조원가 등에서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수출 대상국의 수입규제 및 경기부진이 주요 애로사항이라고 분석했다.

관세는 단순한 무역 마찰이 아니라 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다. 중국은 멕시코·브라질에 전기차 공장을 세워 우회 수출을 노리고 유럽은 역내 생산을 조건으로 보조금을 지급한다. 25% 관세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생존 시험지’다. 일본·유럽과의 관세 격차, 세계 교역 충격, 국내 파업 리스크, IRA에 이어지는 미국 정책 압박까지 겹쳐 있다. 이제 해법은 분명하다.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 기술력·브랜드력·현지화를 삼각축으로 한 새로운 성장 방정식을 세워야 한다. 동시에 유럽·동남아 등 대체 시장 개척으로 수출 다변화를 가속해야 한다. 정부 역시 통상외교를 통해 한국산 차의 역차별을 최소화해야 한다. ‘생존 시험지’를 기회로 바꾸려면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속도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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