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후지수 도입 타당성 점검…"기관투자자 유인책 필요"

2015~2025년 누적수익률, K-PAB 코스피 대비 5.6%p↑
탄소집약도 코스피 217.0→K-PAB 92.4, K-CTB 129.4
"연기금 등 기관 유입 인센티브 필요"
기후 데이터 부족·저탄소 펀드 비중 1.3% 한계

(Chat GPT)

한국은행이 한국형 기후 벤치마크지수 도입 타당성을 검토한 결과, 탄소집약도를 크게 낮추면서도 코스피와 유사한 재무성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신뢰할 수 있는 기후 데이터 부족과 투자 수요 한계는 제약 요인으로 지적했다.

28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BOK 이슈노트:주식시장을 통한 녹색전환 촉진방안-한국형 기후 벤치마크지수 도입 타당성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주식시장을 활용한 녹색금융 촉진 방안으로 EU 기후 벤치마크 제도를 참고해 국내 적용 가능성을 분석했다고 밝혔다.

국내 녹색금융은 그간 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녹색대출, 녹색채권 발행이 중심이었으나 주식시장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이는 기후 관련 정보 인프라와 성과평가 체계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은 2019년 파리협정에 부합하는 탄소감축을 목표로 EU 기후 벤치마크 제도를 도입했다. 민간에서 난립하던 기후지수의 기준을 통일해 투자자의 혼란을 줄이고 투명성을 확보한 것이다.

EU 기후 벤치마크는 파리협정 경로에 맞춘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파리부합 벤치마크(PAB)는 모지수 대비 탄소집약도를 50% 이상 줄이고 매년 7% 이상 감축하도록 규정했다. 전환 벤치마크(CTB)는 출발 요건을 30% 이상으로 설정해 점진적 전환에 적합하다.

또한 무기·담배 생산 기업, 환경목표에 중대한 위해를 가하는 기업을 배제하고,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관련 수익 비중이 일정 기준을 넘는 기업은 포함하지 못하도록 했다. 아울러 기후 영향이 큰 9개 산업의 투자 비중은 모지수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요건을 반영한 PAB·CTB 지수상품은 금융상품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의 책임투자 이행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실제 유럽에서는 관련 펀드 규모가 2025년 6월 말 기준 1559억 달러로 확대됐다.

한국은행은 EU 요건을 바탕으로 코스피 기업을 대상으로 한 ‘K-PAB·CTB’ 지수를 시산했다. 그 결과 모지수와 유사한 수익률을 유지하면서도 탄소집약도를 대폭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부터 2025년 5월까지 누적수익률은 코스피 대비 K-PAB 5.6%p, K-CTB 4.6%p 높았다. 2024년 기준 탄소집약도는 코스피가 217.0톤/10억 원인 반면 K-PAB은 92.4, K-CTB는 129.4로 절반 이하 수준이었다.

또한 지수 구성에서 탄소집약도가 낮은 기업 비중이 확대됐다. 특히 제조업과 과학기술업을 중심으로 탄소집약도가 크게 개선돼 산업 전환 리스크가 줄어드는 효과도 나타났다.

박상훈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실 지속가능성장기획팀 과장은 "코스피와 유사한 수준의 수익률을 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지만, 실제 자금 유입을 위해서는 연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의 참여를 끌어낼 인센티브와 정책적 유인이 필요하다"며, "기관투자가 유입되면 개인 투자자들도 이를 따라오는 경향이 있어 정책 당국이 관련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스피 누적 수익률은 2015년 10월을 기준으로 산출했으며, K-PAB과 K-CTB 모두 지수 하락 구간이었던 2022년을 제외하면 EU·미국 지수처럼 꾸준히 코스피를 상회했다"며, 기후 벤치마크의 수익률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강조했다.

(한국은행)

다만 국내에서는 기후 데이터가 제한적이어서 지수 설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U 기준에 부합하려면 Scope1·2·3 배출량과 화석연료 관련 수익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국내 기업 공시는 아직 미흡하다.

저탄소 투자 수요 부족도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국내 ESG 펀드 중 저탄소 펀드 비중은 1.3%에 불과해 관련 시장의 성장은 더딘 상황이다.

그럼에도 한은은 K-PAB·CTB 지수가 국내 녹색금융 질적 개선과 투명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국제적으로 검증된 기준을 적용해 글로벌 투자자금 유입을 촉진하고 기업가치 제고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향후 신뢰할 수 있는 기후 데이터 확충과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 연기금 등 장기 기관투자자의 저탄소 투자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 기후공시 제도 도입은 지수 활용성을 높이는 선결 조건으로 지목됐다.

아울러 탄소배출권 가격 현실화, 정책자금을 활용한 기후금융 육성, 민간 참여 확대가 지수 도입을 뒷받침할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와 유관기관이 협력해 한국 실정에 맞는 기후 벤치마크를 설계·운영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보고서는 국내 산업 구조와 전환 여건을 충분히 반영한 기후 벤치마크 마련이 필요하며, 시범 지수 운영을 통해 개선점과 한계를 점검하는 단계적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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