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시간50분 자신 기록 경신
"정치는 속도가 아닌 과정과 합의"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 26일 본회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에서 정부·여당의 정부조직법 패키지를 “절차·내용 모두 졸속”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날 역대 최장 기록을 재경신하고, 지난해 8월 민생회복지원금 반대 토론에서 자신이 보유한 15시간 50분의 기록을 1년여 만에 갈아치웠다.
박 의원은 전날 여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자 같은 날 오후 6시 30분경 첫 토론 주자로 나서 이날 오전 11시 42분경까지 약 17시간 12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이전 최장 기록도 박 의원으로, 지난해 8월 1일 ‘전국민 25만 원 지원법’ 상정에 15시간 50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서 같은 해 7월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이 세운 기록(13시간 12분)을 깬 바 있다.
박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3건을 4개월 논의했지만, 이재명 정부는 13건을 열흘 만에 밀어붙인다. 상임위 토론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검찰청 폐지 후 공소청·중수청 신설, 기재부 분리와 금융감독체계 재편, 산자부 에너지 기능의 환경부 이관(기후에너지환경부), 여성가족부의 ‘성평등가족부’ 전환, 방통위 폐지 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신설 등은 파급이 방대하다”며 “수사 핑퐁과 1년짜리 사법혼란, 경제·에너지·데이터 거버넌스의 왜곡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경제 부처 개편을 두고 “세입·세출 분리 명분으로 기획예산처를 만든다면서 정작 ‘기획’ 역량은 과거보다 축소됐다. 포퓰리즘성 재정 집행의 문을 열 수 있다”며 “차라리 대미 관세·통상 전략을 총괄할 ‘경제기획원’급 컨트롤타워를 고민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금융감독원 분할 논의에 대해서도 “호주 사례만 들이대며 쪼개는 건 설득력 없다. 20여 년 쌓은 시스템을 이유 없이 4분 5열 할 수 없다”고 했다.
에너지 조직 개편과 관련해선 “공급(산자부 에너지실)과 규제(환경부)를 한데 묶는 건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모순”이라며 “영국·독일도 유사 실험 후 전기료 급등과 제조업 경쟁력 약화로 재조정했다”고 지적했다.
‘성평등가족부’ 명칭 변경에 대해서도 “헌법은 양성평등을 규정한다.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민감 사안을 토론 없이 ‘스리슬쩍’ 바꿔선 안 된다”고 했다. 방통위 개편안은 “사실상 이진숙 위원장 몰아내기용”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박 의원은 “전면 반대가 아니다”라며 즉시 합의 가능한 항목으로 △통계청 국가데이터처 격상 △특허청 ‘지식재산처’ 승격 △과기정통부 부총리급 격상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 차관급 격상 △중기부 소상공인 전담 차관 신설 등 5가지를 꼽았다.
그는 “나머지는 최소 한두 달 만이라도 상임위에서 공개 토론하자. 그 뒤 표결해도 늦지 않다”고 제안했다.
대미 관세 협상도 거론했다. 박 의원은 “EU(약 GDP 6.9%)·일본(약 13%) 대비 한국은 ‘GDP 대비 20%·3500억 달러’ 투자가 과도하다”며 “안보동맹 가치와 연계해 부담을 낮출 여지가 있는지 국감에서 따지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발언을 마무리하며 “정치는 속도가 아니라 과정과 합의”라며 “정부조직은 한 번 틀리면 국가 기능 전체가 흔들린다. 토론 없는 일방 처리는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이 17시간이 넘는 필리버스터를 마무리하자 국민의힘 의석에 앉아 있던 6~7명 동료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 의원에게 박수를 보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어제저녁 6시 반부터 시작해서 잠도 안 자고 밤을 지새우며 세운 최장 기록이다. 정말 대단하다”며 “박 의원님이 눈물 흘리며 방청석의 초등학생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