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클론, 큐로셀 개발 막바지…HLB 등 고형암 타깃 연구도 활발

다국적 제약기업들이 선점한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시장에 한국 기술이 등장할지 주목된다. CAR-T 치료는 비용이 높고 과정도 복잡해, 한국 기업·기관들의 국산화 성공 여부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3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는 큐로셀과 앱클론이 각각 CAR-T 치료제 연구 막바지 단계에 있다. 큐로셀은 식약처에 후보물질 ‘안발셀’에 대한 허가 신청을 완료했으며, 앱클론은 ‘네스페셀’의 2상 중간분석 결과 완전관해율 68%를 달성했다.
CAR-T는 환자에게서 채취한 면역 T세포를 유전자 변형 후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치료 기술로 현재 백혈병, 림프종 등 혈액암 환자를 대상으로 상용화됐다.
큐로셀은 안발셀을 여러 적응증으로 개발 중인데, 재발성·불응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에 대한 허가를 지난해 12월 식약처에 신청했다. 이 외에 전신 홍반성 루프스(SLE) 대상 임상 1·2상 시험계획(IND)을 지난달 식약처에서 승인받았다. 성인 급성림프구성 백혈병(ALL)에 대한 임상시험은 지난달 1상 결과를 기반으로 2상 개시를 위한 IND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
안발셀은 보건복지부의 ‘신약허가·급여평가·약가협상 병행 시범사업’ 약제로 지정돼, 허가 이후 출시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대폭 단축할 것으로 보인다. 허가와 동시에 건강보험 급여 평가와 약가 협상 등이 진행되면, 의료기관에서 환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이미 올해 3월 주지현 서울성모병원 교수가 ‘임상시험용 의약품 치료목적사용 제도’를 활용해 기존 치료에 실패한 중증 SLE 환자에게 안발셀을 투여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바 있다.
앱클론은 최근 식약처로부터 네스페셀을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개발단계 희귀의약품 지정은 국내 환자 수 2만 명 이하의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는 제도다. 품목허가 유효기간이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되며, 심사 절차 간소화 등 행정적 혜택을 누리게 된다. 개발 중인 신약에 대한 독점적인 자료 보호 기간도 10년으로 늘어나 상업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네스페셀은 앱클론이 자체 개발한 CD19 특이적 인간화 항체 ‘H1218’를 활용해 차별점을 확보했다. 최근 발표된 네스페셀의 DLBCL 환자 대상 2상 중간결과에 따르면 암세포가 일정 기준 이상 감소한 환자의 비율을 나타내는 객관적 반응률은 94%로,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기존 치료제(52%)보다 높았다. 암세포가 소멸하는 완전관해율 역시 68%로, 기존 치료제(40%) 대비 앞섰다.
특히 서울아산병원 연구진이 네스페셀을 활용한 임상연구에 나서면서, 개발에 속도가 더해졌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윤덕현·조형우·형재원 교수팀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활성화 지원 국책과제에 선정돼, 기존 CAR-T 치료에 실패한 DLBCL 환자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항-CD19 CAR-T 치료제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HLB이노베이션은 미국 자회사 베리스모 테라퓨틱스를 통해 혈액암 타깃 CAR-T와 차별화한 고형암 타깃 CAR-T 치료제를 연구한다. 현재 후보물질 SynKIR-110를 재발성·불응성 난소암, 담관암, 중피종을 적응증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1상을 진행 중이다.
최근 HLB이노베이션은 제조 연속성과 임상 2상 진입을 준비하기 위해 세포·유전자치료 인프라 기업인 밀테니 바이오텍의 위탁개발생산(CDMO) 부문인 밀테니 바이오인더스트리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밀테니 바이오인더스트리가 공급한 렌티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해 첫 번째 임상용 CAR-T 치료제 SynKIR-110 생산도 완료한 상태다.
한편 현재 국내 허가된 CAR-T 치료제는 노바티스의 ‘킴리아’, 존슨앤존슨의 ‘카빅티’,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예스카타’ 등이다. 이 가운데 실제 출시돼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제품은 킴리아가 유일하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CAR-T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37억4000만 달러(5조2782억 원)를 기록했으며, 2029년까지 연평균 39.6% 증가해 약 290억 달러(40조9277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