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관련성' 모호함에 처벌도 솜방망이⋯공직자 개인에겐 '억대 연봉' 수단

퇴직 공직자의 불법 재취업이 근절되지 않는 배경에는 제도상 허점과 시장 논리가 있다.
제도상 허점은 ‘업무 관련성’의 모호함과 ‘솜방망이’ 처벌로 요약된다.
‘공직자윤리법’ 제17조에 따라 재산등록의무자였던 퇴직 공직자는 퇴직 전 3년간 소속했던 부서나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기업·법인에 취업할 수 없는데, 취업 심사는 신청이 제출한 서류에 의존적이다. 신청인이 형식적으로 고문 등으로 취업하거나 서류상 업무에서 퇴직 전 업무와 관련이 있는 업무를 제외하면 심사 단계에서 일일이 걸러지기 어렵다.
취업 후에는 해당 기관에서 실제로 담당하는 업무가 공직에서 담당했던 업무와 관련성이 없는지 확인하는 사후 감시·감독체계가 부재하다.
또한, 취업제한 대상은 대체로 4급 이상 공직자다. 5급 이하는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국·심사보호국, 경찰청, 국세청·관세청, 법무부·검찰청·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중앙행정기관 감사부서·업무 등 일부 기관·부서·업무를 제외하면 제한 없이 재취업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퇴직 공직자의 불법 재취업이 적발돼도 처벌이 약하다.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 규정을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데, 이 규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소액 벌금형이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형사처분을 받아 면직된 공직자는 이미 면직 과정에서 조직 내 또는 사회적 비난을 경험했기에 추가적인 불법 재취업에 관한 심리적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을 가능성이 있다.
시장의 수요·공급도 퇴직 공직자의 불법 재취업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수요 측면에선 퇴직 공직자의 경력과 전문성보다 수사·감사·규제 이해도와 인맥이 더 매력적인 요소다. 수사·규제의 방패막이 또는 로비스트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형사처분 전력이 있더라도 인맥과 영향력이 유효하다면 기업·법인은 배제할 이유가 없다.
공급도 많다. 민간 기업·법인 재취업은 공직자 개인에게 고액 연봉과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받는 쉬운 방법이다. 재취업한 퇴직 공직자의 연봉은 대체로 부서장급 1억~2억 원, 임원급 3억~4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중앙행정기관 기준으로 5급 이하는 부서장급, 3·4급(과장급) 이상은 임원급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연봉이 2~5배 증가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퇴직 공무원이 경력과 전문성을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면 좋은데, 그것보다는 비리나 로비로 국가행정을 왜곡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며 “우선은 이런 일이 얼마나 많이 벌어지는지, 어디에서 어떤 사람들이 주로 불법이나 편법으로 재취업을 하는지 정확한 실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태를 파악한 뒤에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 규정을 강화해야 할지, 그게 아니라면 원천적으로 고위공직자의 재취업을 막아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현행 취업제한 규정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얼마나 엄정하게 집행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