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인재, 단숨에 확보⋯‘통큰 한 방’이 필요한 이유 [M&A 전장, 韓기업 생존 공식 上]

반도체·클라우드·애플리케이션 등
AI 생태계, 여러 산업 유기적 결합
M&A의 전략적 가치 더욱 높아져

'인공지능(AI)·반도체·로봇·배터리·에너지 전환·미래차.'

이들 핵심 산업은 단순 기술 경쟁을 넘어 규모와 속도의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 판에서 인수합병(M&A)은 외형을 키우는 수단을 넘어, 산업 생태계를 장악하는 지름길이다. 글로벌 대형사를 통째로 품어 핵심 기술·인재·고객 접점을 한 번에 확보하는 전략이다.

24일 PwC의 '2025년 중간 전망-글로벌 M&A 산업 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M&A 건수는 전년 대비 9% 줄었지만 거래 금액은 15% 늘었다. 소규모 거래는 줄고 메가딜이 늘면서 ‘건수 감소·금액 확대’ 구도가 뚜렷하다. 특히 AI, 클라우드, 헬스케어 등 신산업 분야에서 50억 달러 이상 초대형 거래가 시장을 주도했다.

PwC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거래는 계속되고 있다(Deals are getting done)”며 “시장 변동성은 오히려 선택과 집중을 강요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메가딜은 산업 생태계를 송두리째 바꿔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약 690억 달러) 인수로 게임·콘솔·클라우드 IP를 통합했고, 브로드컴은 VM웨어(약 690억 달러)를 품어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스택을 재편했다. AMD는 자일링스(490억 달러)를 인수해 CPU·GPU·FPGA를 아우르는 가속컴퓨팅 풀 스택을 완성했다. 최근에는 구글이 사이버보안 기업 위즈(Wiz)를 320억 달러에 인수하겠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도 글로벌 대형 업체 인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AI, 반도체 IP, 로봇, 바이오·디지털헬스는 이미 글로벌 주도권 경쟁이 격화된 분야다. 재계 한 관계자는 “AI 생태계는 반도체–클라우드–데이터–애플리케이션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전쟁터”라며 “기술·시장 격차를 좁히려면 글로벌 핵심 기업을 통째로 품는 과감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AI 시대에는 M&A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민준선 삼일PwC 딜 부문 대표는 "AI를 중심으로 하는 기술 혁명이 본격화 되고 있다"며 "시장 주체들의 기존 포트폴리오 재점검과, 신성장동력에 대한 투자가 절실해지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데이터센터·로보틱스·디지털 헬스케어·사이버보안 등 AI 밸류체인 전반에서 글로벌 자본과 빅딜이 몰리고 있다는 점은 그 방증이다.

글로벌 규제 리스크는 걸림돌이다. 미국은 데이터 접근과 잠재 경쟁까지 심사하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고, EU와 영국 역시 심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결국 대형 거래일수록 PMI(인수 후 통합) 역량과 사전 준비가 성패를 좌우한다.

국내 M&A 시장 활성화도 필요하다. 자본시장연구원의 '국내 M&A의 특징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M&A는 내부 거래와 비상장 위주가 주류이며, 상장사 대상 M&A 비중은 건수 19.8%, 규모 33.4%에 불과하다. 특히 또 중소·혁신기업의 경우, 기업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잠재적 인수기업이 충분한 재무적 자원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가치 창출 기회를 살릴 수 있도록 최소한 인수재원 접근성을 넓혀야 한다"며 "중소·혁신기업의 인수거래 성과가 대기업 못지않게 클 수 있는 만큼, 정책적 지원을 통해 인수 참여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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