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내년 대규모 물량 배정으로 시장판도 변화

엔비디아가 차세대 메모리 표준인 ‘소캠(SOCAMM)’을 채택해, 해당 규격 기반 모듈 공급을 본격화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소캠은 그래픽D램(GDDR7), 고대역폭메모리(HBM)과 함께 AI 시대 메모리 생태계를 구성하는 차세대 규격으로 꼽힌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메모리 3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내년 소캠 규격 기반 모듈 물량 발주를 진행했다. 국내 업체 위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확인된 것이다.
소캠은 LPDDR5X 기반 저전력 D램을 모듈 형태로 구현한 차세대 표준이다. AI·고성능 컴퓨팅(HPC) 시장에서 요구되는 저전력·고속·모듈화 트렌드가 반영된 규격으로, 향후 DDR5 수요 일부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경우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엔비디아가 추진 중인 루빈(Rubin) 플랫폼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루빈은 HBM4와 GDDR7, 소캠 모듈을 각각 배치해 AI 연산 성능을 극대화하려는 설계가 특징이다.
엔비디아향 소캠 모듈은 마이크론이 가장 먼저 품질 평가를 통과하며 경쟁 우위를 확보했지만, 상황은 바뀌고 있다. 엔비디아가 올해 당초 예정했던 소캠 도입 계획을 철회하고 새로운 규격을 준비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기회가 돌아간 것이다.
실제 발주 물량 배정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까지 미미한 수준에 그쳤지만, 내년에는 각각 100억 기가비트(Gb), 110억Gb라는 대규모 물량을 배정받을 것으로 관측됐다. 반면 마이크론은 올해 50억Gb에서 내년 70억Gb로 증가하지만, 상대적으로 성장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소캠에서는 D램 3사 모두를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HBM과 달리 소캠은 공급사 간 제품 경쟁력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납품사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이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제품 간 성능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핵심은 원가 경쟁력이다. 관건은 차세대 미세공정인 10nm(나노미터·1nm=10억분의 1m)급 6세대(1c) 적용 여부다. 해당 공정을 활용하면 동일한 웨이퍼에서 더 많은 칩을 생산할 수 있어 단위당 비용을 낮추고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원가 절감 효과가 곧 원가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5세대(1b) D램 기술을 사용 중이며, 내년에는 1c나노로 점차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1c나노를 활용해 D램과 HBM을 생산 중인데, 소캠 등 다른 응용 제품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