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암 환자, 하루가 아까운데…2차 치료에 CAR-T는 ‘그림의 떡’

대한혈액학회·한국백혈병환우회 정책토론회…‘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골든타임 확보해야

▲23일 대한혈액학회와 한국백혈병환우회가 서울 영등포 국회에서 ‘혈액암 환자 보장성 강화 방안 정책토론회: 혁신적 치료제 조기 사용 필요성’을 개최한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 중이다. (한성주 기자 hsj@)

혁신적인 혈액암 신약이 국내 도입됐지만, 건강보험 급여가 제한적이라 환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치고 있다. 환자가 말기에 이른 뒤에야 신약에 접근할 수 있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23일 대한혈액학회와 한국백혈병환우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혈액암 환자 보장성 강화 방안 정책토론회: 혁신적 치료제 조기 사용 필요성’을 개최하고 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의 2차 치료 급여화를 촉구했다.

CAR-T치료제는 면역세포인 T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삽입해 CAR을 발현, 암세포를 특이적으로 사멸시키는 면역 치료제다. 혈액암의 일종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치료에 사용되며, 국내에는 노바티스의 ‘킴리아’, 존슨앤존슨의 ‘카빅티’,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예스카타’ 등이 허가됐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킴리아가 출시돼 3차 치료부터 급여가 적용된다.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DLBCL는 재발 위험이 커 2차 치료부터 CAR-T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급여 기준을 넓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국내에서는 2차 치료 시 세포독성 항암제만 급여로 사용할 수 있다. CAR-T치료제를 비급여로 사용하면 환자가 5억 원 내외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DLBCL는 초기보다 재발 환자의 치료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진다는 점도 문제다. 급여를 적용받아 CAR-T치료를 시도할 수 있는 요건을 만족한 시점이면 이미 환자는 손을 쓰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한 상태가 된다.

이날 윤덕현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불행 중 다행으로 DLBCL는 완치를 목표로 설정할 수 있는 질병이지만, 재발하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 교수는 “2번째 재발 또는 불응을 겪은 환자의 기대 수명은 최대 6개월로 급격히 감소한다”라며 “2차 치료를 받고도 효과가 없는 환자는 3차 치료를 시도하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지현 동아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2차 치료 시점에서 반드시 효과적인 치료제를 써야 하지만 치료 기회를 놓치는 환자들이 다수”라며 “CAR-T치료제의 2차 치료 급여화는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완치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변화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와 비교하면 국내 급여 제도는 한참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나왔다. 김석진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국제적인 임상지침인 미국암종합네트워크(NCCN)는 1차 치료 후 1년 이내 재발한 경우 2차 치료로 CAR-T치료제를 가장 높은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국내에서는 치료 실패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1년 이내 재발 2차 환자들에게 적절한 표준 치료가 제공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공동대표는 “DLBCL는 10명 중 4명이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재발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대다수 환자가 재발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살아간다”라며 “환자의 건강 상태가 가장 좋은 치료 적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