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시대 영화산업 생존 전략은?⋯BIFF 30주년 포럼서 해법 모색

산업·창작·기술 아우르며 한국영화 직면한 위기 논의해
OTT, 단순한 위협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공존해야
한국영화와 아카이브를 재정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와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 간 부산 영상산업센터 11층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포럼 비프' 현장. (송석주 기자 ssp@)

부산국제영화제(BIFF) 30주년을 기념하는 '포럼 비프 2025'의 키워드는 OTT와 국제공동제작 그리고 아시아영화였다. 기자, 프로그래머, 감독, 평론가 등 영화 관계자들은 이 같은 키워드를 바탕으로 지난 30년간 한국영화의 성장과 위기를 점검했다.

21일 영화계에 따르면, 올해 포럼 비프는 '다시, 아시아영화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열렸다. 여기서 방점은 '다시'라는 단어에 있다. 코로나19 이후 극장 산업이 위축하면서 한국영화는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바로 시청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즐기던 관객들이 대거 OTT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극장 중심의 유통 구조가 흔들리고, 한국영화의 제작·투자 시스템 또한 근본적인 재편을 요구받게 된 것이다.

이는 영화와 OTT 시장 규모에 그대로 투영돼 나타난다. 지난해 국내 영화산업 시장 규모는 약 1조2000억 원으로, 넷플릭스·쿠팡플레이·티빙·웨이브 등 4개 OTT사 매출(2조1635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전세계적으로도 지난해 글로벌 극장 매출은 45조8284억 원으로 OTT 매출(177조2724억원)의 25% 수준이다. OTT의 성장에 따라 영화관 중심의 영화시장은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어 이 격차는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한석 BIFF 집행위원장은 환영사에서 "올해의 포럼 비프는 글로벌 콘텐츠 생태계 속에서 아시아영화가 직면한 현실과 영화의 미래를 조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18일부터 이날까지 나흘간 열린 포럼 비프는 산업, 창작, 비평, 정책, 기술, 교육을 아우르며 현재 한국영화가 직면한 다양한 위기와 가능성을 논하는 자리였다.

안시환 영화평론가는 "현재 우리를 설레이게 하는, 시장을 들썩이게 하는 한국영화가 얼마나 있나"라며 "최근 주목받는 '어쩔수가없다'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다. 한국영화 르네상스 이후로 20년 이상이 흘렀는데 새로운 감독이 전혀 업데이트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위기의 징표"라고 지적했다.

이준동 제작자는 "창작자 중심으로 재원이 효과적으로 융통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온 영화보증금고 등도 마련해야 한다"라며 "단기적, 장기적 시선을 병행한 산업적 안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나홍진 감독이 1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해결책도 제시됐다. BIFF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나홍진 감독은 "그게 정답은 아니겠지만 여러 방법 중 하나라 생각했다"라며 "'호프'의 경우도 6년 전부터 이런 계획으로 준비했다"라고 설명했다.

'호프'는 2016년 개봉한 '곡성' 이후 나 감독이 10년 넘게 준비 중인 작품이다. 중요한 장면들이 루마니아 레테자트 국립공원에서 촬영됐다. 황정민과 조인성을 비롯해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카메론 브리튼까지 할리우드 배우들의 출연도 돋보인다.

나흘간 열린 포럼에서는 여러 대안이 논의됐다. OTT를 단순한 위협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아시아 각국 영화 산업이 연대해 공동 제작 체계와 새로운 모델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특히 한국 독립영화의 경우 글로벌 OTT 플랫폼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면, 국경을 넘어 더 넓은 관객층과 소통하며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주유신 영산대 교수는 "연구자로서 OTT에 대한 입장이 조금 다르다"라며 "특히 '폭싹 속았수다'를 보면서 최근 영화들에선 느끼지 못한 통절함을 경험했다. 수용성 높은 플랫폼에서 관객이 충분히 즐길 수 있다면 OTT 자체의 문제라 할 수 있나"라며 반문했다.

디지털 변혁기를 맞아 한국영화와 아카이브를 재정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장은 "오늘날의 영상미디어 환경을 큰 틀에서 바라보면 제작 및 플랫폼 간의 격차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며 "제작과 복원, 상영 과정에서의 미세한 차이가 관객의 몰입 경험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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