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준금리 9개월 만에 인하…한은도 10월 인하 가능성↑

연준, 고용 둔화 속 0.25%p 인하…연내 두 차례 추가 시사
한은, 금통위 의사록 "환율·부동산 불안 여전"…신중론도 남아
서울 아파트값·가계대출 증가세 지속…한은 판단 갈림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9개월 만에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한국은행도 다음 달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커졌다. 한미 정책금리 격차가 1.75%포인트(p)로 축소되며 환율 급등과 자금 유출 우려가 완화된 영향이다. 다만 서울 집값과 가계대출 흐름이 뚜렷하게 진정되지 않으면 인하 시점이 11월로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남아 있다.

연준, 고용 둔화 우려에 0.25%p 인하…연내 두 차례 추가 가능성

연준은 16∼17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4.00∼4.25%로 0.25%p 내렸다. 지난해 9월과 11월, 12월 연속 인하 이후 이어진 동결 기조가 9개월 만에 깨진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고용 둔화를 인하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이민자 변화만큼 노동 공급이 감소하고 있다"며 "노동 공급 증가가 거의 없는 가운데 고용 수요도 급격히 줄어드는 '이상한 균형'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 역시 완화 신호를 보였다.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는 3.9%에서 3.6%로 하향돼, 연내 두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미 금리차 축소…"국내 여건에 집중할 여력"

연준의 완화 기조로 한은의 선택도 한층 수월해졌다. 지난 5월 이후 2.00%p까지 벌어졌던 한미 금리차는 이번 인하로 1.75%p로 줄었다. 환율과 자본유출 압력이 다소 완화되면서 국내 상황을 우선 고려할 여지가 커진 셈이다.

그간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어서 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질 경우 자금 유출과 환율 불안 위험이 상존했다. 실제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는 다수 위원이 금리 인하에 따른 내외 금리차 확대와 환율 충격을 우려하며 동결을 지지했다.

한 위원은 "금리를 인하하면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부추길 우려가 크고, 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도 감안할 때 내외 금리차 확대가 외환 수급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위원도 "주택시장·가계부채 안정의 지속성에 더 중점을 두면서 대내외 금리차도 주요 변수로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브리핑에서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고 외환시장 변동성이 완화된다면 국내 여건에 집중해 정책을 볼 여력이 커진다"고 말했다.

전문가 "성장 위해 인하 필요"…서울 집값·가계대출 부담

전문가들은 성장 둔화를 이유로 10월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성장 측면에서 우리도 금리를 내려야 한다"며 "10월 한 차례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추경 집행과 금리 인하가 동반될 때 정부 지출의 승수 효과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연내 금리 인하가 꼭 필요하다"며 10월 0.25%p 인하를 전망했다.

다만 8월 인하를 가로막았던 서울 집값과 가계대출은 여전히 변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48% 상승했다. 6월 1.44%, 7월 1.09%보다 오름폭은 줄었지만 상승세 자체는 지속됐다.

가계대출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8월 말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전달보다 4조1000억 원 늘었다. 7월 증가폭이 2조7000억 원까지 둔화했다가 다시 확대됐다.

"주택시장 안정 확인 후 인하 결정 필요"

한은 내부에서도 주택시장 안정 여부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이수형 금통위원은 최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서울 주택가격 상승세와 추가 상승 기대가 여전하다"며, "9·7 주택공급 대책 효과와 완화적 금융 여건이 주택가격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며 금리 인하 시기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한은의 10월 인하 여부는 환율과 자본유출 부담 완화에 더해 주택시장과 가계대출 흐름이 진정되는지가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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