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단사의 궤적을 영화로 조망한 영화평론가 정영권의 신간이다. 이 책은 한국전쟁에서 냉전과 탈냉전 시대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남북한 영화가 어떻게 각자의 국가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고 재현했는지 추적한다. 저자는 전쟁의 기억, 민간인 학살, 젠더 문제, 탈북자 서사 등 스크린에 담긴 한반도 현대사의 주요 쟁점을 세밀하게 짚어낸다. 나아가 남북한 영화의 서사를 교차 비교함으로써 전쟁과 분단을 해석하는 두 체제의 상이한 시선을 드러낸다. 아울러 1960년대 남한의 반공·간첩영화와 북한의 혁명영화를 통해 냉전시대 정치 담론이 영화 장르와 어떻게 맞물렸는지도 분석한다. 2000년대 이후의 작품들에서는 젠더, 세대, 탈북 디아스포라가 국가적 서사 속에서 억압되거나 재구성되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탐색한다.

장애를 특정 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를 이해하는 열쇠로 읽어내는 책이다. 저자는 오이도역 리프트 참사 이후 반복된 비극들을 단순한 사건이 아닌 사회적 타살로 규정하며 재난의 정치학을 드러낸다. 또한 당사자성과 관계적 당파성을 새롭게 정의해 억압받는 이들의 편에 서는 윤리를 제시한다. 노동권과 탈시설을 중심 의제로 삼아 공공시민노동과 중증장애인 공공고용이라는 대안을 모색한다. 능력주의를 해체하지 않는 한 장애차별주의도 사라질 수 없음을 역사적이고 교차적인 분석으로 짚는다.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장애인을 대책 설계의 핵심 주체로 세우며 정의로운 전환의 길을 촉구한다. 느리더라도 끈질긴 연대를 통해 모두의 자유를 확장하는 장애해방의 지도를 그려낸 책.

인류 문명사를 나무의 시선으로 새롭게 풀어낸 책이다. 6000만 년에 걸친 나무와 목재의 여정을 따라가며 인류 진화와 문명의 궤적을 정밀하게 복원한다. 저자는 초기 인류가 목재의 특성을 활용해 도구를 만들고 불을 다루면서 나무와 맺은 관계가 인류 문명의 원동력이 되었음을 밝혀낸다. 이어 자금성과 호류지 같은 장대한 목조건축, 바이올린·피아노와 같은 악기, 목조선과 종이 등 나무가 세계 곳곳의 기술과 문화 발전을 이끌어온 다양한 사례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아울러 영장류학, 인류학, 고고학, 건축학, 공학, 목공학 등 여러 학문을 아우르며 나무가 지닌 역사적 의미와 문명적 역할을 다각도로 조망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나무를 통해 인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시 성찰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