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열감기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근래 들어 열성 질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올해는 조용하게 지나가나 했는데 무더위가 한창일 때 기어이 나타났다. 유아들은 편도선염,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편도선염과 수족구병, 중고등학생들은 편도선염과 코로나, 어른들은 온열질환이나 냉방병, 코로나, 그리고 전 연령에서 독감 환자도 가끔씩 보이고 있다.

유소아들은 고열과 함께 구토 설사 복통 오심 같은 위장관 증상이, 어른들은 고열과 더불어 두통 인후통 전신통 오한 같은 몸살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약을 먹어도 열이 잠시 떨어지는 듯하다 이내 다시 심해지기를 반복하면서 보통 1주일 정도는 지나야 호전이 되는데, 다행이 폐렴으로 잘 가지는 않지만 수액을 맞아야 치료가 되는 경우가 많다.

매년 여름 열성 질환 환자를 치료하면서 느끼는 점은 더위가 심해지는 만큼 열성 질환도 더 독해진다는 사실이다.

고열에 며칠씩 시달리고 목이 아프고 배가 아파 잘 먹지도 못해 축 늘어진 아이들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한 시각이라도 빨리 낫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시 가다듬곤 한다.

코로나 경우에는 약간 예외라 하더라도 의학의 발달로 과거처럼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팬데믹은 사라졌다.

하나 매년 여름이면 반복되는 온열질환을 겪으며 아직도 의학이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지구의 긴 역사에서 많은 생명체들이 멸종됐지만 끝까지 살아 남아 가장 우월한 존재가 된 인간, 그럼에도 툭하면 전쟁을 벌이는 어리석은 존재, 아무쪼록 인류의 과학기술이 생명을 앗아가고 평화를 파괴하는 쪽이 아니라 보듬는 쪽으로, 갈수록 모질어지는 기후재앙을 되돌리는 쪽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며 오늘도 청진기를 든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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