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찬의 사람 중심 기업가 정신] 전쟁에 진 장군은 용서할 수 있어도, 기회를 놓친 장군은 용서할 수 없다

▲김기찬 프레지던트대학교 국제총장, 세계중소기업학회 의장 (출처=본인 제공)
로마는 전투에 진 장군에게 무조건 책임을 묻지 않았다. 패배했더라도 진심으로 싸웠다면 다시 기회를 주었다. 전투에서 지고도 용서받은 장군은 다음 전투에 스스로 자원했다. 조직은 실패를 통해 경험을 쌓을 수 있지만, 기회를 놓치면 모든 것이 사라진다. “전투에서 진 장군은 용서할 수 있어도, 기회를 놓친 장군은 용서할 수 없다”라는 정신이 로마를 지탱했다. 이것이 로마 장수의 비결이었다.

반면 페르시아에서는 전투에서 진 장군은 직위 해제는 물론 목숨까지 잃었다. 패배 소식을 전한 메신저조차 목숨을 잃었다. 그러니 그다음부터 어떤 일이 벌어졌겠는가? 전쟁에서 진 장군들은 진실을 보고하기보다 거짓으로 포장했다. 패배를 숨겼다. “폐하, 저희가 졌습니다.”라는 진실 대신 “폐하, 저희가 이겼습니다.”라는 거짓만 보고된 것이다. 결국 황제는 자국 군대의 참된 상황을 알 수 없었다. 나라의 지도자가 눈과 귀를 막은 채 환상 속에서만 지배하려 할 때, 그 제국은 스스로 붕괴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페르시아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기업가 정신의 본질은 기회이다. 기회를 본 자가 역사를 바꾼다. 기업가 정신의 핵심은 기회를 포착하는 정신이다. 기업가는 무조건 혁신과 도전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혁신과 도전을 기회 포착에서 시작한다. 기회가 없는 곳에서 혁신하고 도전하는 것은 무모하기 때문이다. 기업가 정신은 기회에 대한 절실함에서 시작한다.

기업가 정신의 대부라 불리는 미국 하버드대 하워드 스티븐슨 교수는 “기업가 정신이란 현재 보유한 자원과 무관하게 기회를 추구하는 것이다”라고 정의했다. 기업가 정신의 80% 이상은 기회를 포착하는 정신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기회보다는 도전에 초점을 둔 왜곡된 정의가 확산되어 기업가 실패가 자주 목격되고 있다.

기업가 정신이란 기회를 인식하고 선제적으로 빨리 행동으로 옮기는 정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폴레옹은 수많은 전투에서 승률이 높은 장군이었다. 그의 승리의 비밀은 기회를 읽어내고 기회를 빠르게 포착하는 실행에 있었다. 나폴레옹 전쟁의 승리는 결국 기회 포착에서 비롯되었다.

기업가는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기적인 리더에게는 내일이 없다. 기업가는 기회를 보는 눈으로 시작하여, 그 기회를 누가 실행할 것인가 하는 사람을 보는 눈으로 완성되어야 한다. “내일을 준비하라. 그러나 ‘내(나) 일’만 준비하는 리더에게는 내일이 없다.” 이기적인 리더에게는 사람이 없고, 사람이 없는 리더에게는 내일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가 정신의 첫 단계는 꿈꾸기(Envisioning)다. 꿈꾸기는 미래를 상상하는 힘이다. 꿈이 없는 기업가는 미래를 보는 상상을 하기 어렵다. 그러나 꿈만으로는 부족하다. 두 번째 단계는 기회를 보는 눈(Taking Opportunity)이다. 기회를 읽고 행동으로 옮기는 힘이다. 세 번째 단계는 인재와 함께 꿈을 현실로 만드는 힘이다. 기업의 꿈은 ‘함께 꾸는 꿈(Missioning)’이어야 한다. 인생은 꿈을 꿀 때 시작된다. 그러나 혼자 꾼 꿈은 그저 꿈일 뿐이다. 함께 꾼 꿈이 현실이 된다. 기업가가 기회를 보고 있어도, 그 기회를 함께할 인재가 없다면 성공할 수 없다.

기회를 잡는 것은 혼자가 아니라 사람과 함께할 때 가능하다. 기업가 정신에서 직원들과 공감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신은 누구와 함께 그 꿈을 꾸고 있는가?

이건희 회장은 신삼성을 꿈꾸면서 윤종용·윤부근·권오현 같은 사람들과 함께 꿈을 꾸었다. 그들에게 권한을 위임했기에 오늘날 삼성의 반도체와 스마트폰 사업이 세계 1등이 될 수 있었다. 세종대왕은 조선의 하늘, 조선의 시간, 조선의 말을 위한 민유방본의 꿈을 꾸었다. 그 꿈을 함께한 김종서·장영실·박연이 이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이러한 사람 중심의 기업가들은 인재들을 공감과 포용으로 연결해 문명의 황금기를 열었다. 위대한 리더는 기회를 보는 눈과 동시에 사람을 보는 눈을 가졌다. 기업가는 기회에서 시작해 사람으로 완성된다. 기업가는 사람을 키우는 사람이다.

한국 경제는 올해 0.9% 성장, 2.0% 물가 상승이 예상돼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기회를 보는 기업가보다 비용과 돈만 보는 관리자들에 의해 발생한 기업 실패이다.

대한민국이 비용과 숫자만 바라보는 관리형 리더십에 지배되면서 기회를 보는 기업가 정신은 약화되고 있다. 기업은 사람이다. 사람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본 결과, 꿈을 함께할 인재가 사라졌다.

기업인 여러분,

기업은 사람입니다. 사람을 키우지 않는 기업은 미래가 없습니다. 기업가 정신의 핵심은 ‘기회와 사람’입니다. 이 2가지가 사람 중심 기업가 정신의 핵심입니다. 기회와 사람으로 내일을 준비하는 기업가 정신에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선 우리 기업은 미래를 위해 기회가 어디에 있는지 먼저 살펴보시기를 바랍니다. 전쟁에 진 장군은 용서할 수 있어도, 기회를 놓친 장군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 기회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특히 5% 이상 성장하며 인구 2억이 넘고, 6시간 이내 이동이 가능한 아세안 시장에서 그 기회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둘째, 기업은 사람입니다. 기업가는 기회에서 출발해 사람으로 완성됩니다. 기업가는 결국 사람을 키우고 그 사람에 의해 기업이 성장합니다. 사람을 키우지 않는 어떤 기업도 미래가 없습니다.

오늘 한국 경제의 해답은 기회와 사람을 붙드는 데 있습니다.

저자 소개

김기찬 교수는 현재 인도네시아 프레지던트대학교의 국제총장이자, aSSIST 석좌교수,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명예교수이며, 세계중소기업학회(ICSB) 회장으로 활동 중인 대한민국 대표 경영학자다. 기업가정신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통합한 사람중심 경영 철학의 선구자이자, K-Entrepreneurship의 세계화를 이끄는 학계·실무계의 권위자다.
서울대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도쿄대 경제학부 객원연구원, MIT 국제자동차프로그램(IMVP) 연구위원, 조지워싱턴대학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다.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혁신경제분과 위원장,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이사, 신남방정책 민간자문위원을 역임하며 정부 자문 역할도 수행했다.
또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포스코에너지 등 대기업의 자문교수 및 현대모비스·홈앤쇼핑·킨텍스 사외이사 등 산업계와 학계를 연결하는 산학연 허브형 리더로 평가받는다. 윤경ESG포럼 공동대표, 한국인도네시아경영학회 회장으로서 아세안과의 경영교육 및 교류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사람중심 기업가정신'(2018), '이토록 신나는 혁신이라니'(2019), '플랫폼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2015) 등이 있다. 다수의 국내외 수상 경력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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