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직원들 여론 파악 차원이라도 “지나치다” 반발 확산
의원실 “통상 포괄적으로 자료 요청⋯오해 불거진 것 유감”
본지 보도 후 금감원에 관련 자료 요구 철회

금융당국 개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는 국회에서 금융감독원 익명게시판의 작성자를 특정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하자 직원들이 “지나치다”며 반발하고 있다.
16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실은 최근 금감원 기획조정국에 ‘감독개편 관련 익명게시판 게시글과 댓글, 작성자 아이디(ID), IP(Internet Protocol) 주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영하 의원실은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당국 개편안에 대한 반대 논리를 펼치기 위한 근거 중 하나로 이 같은 금감원 내부 분위기를 제시하려는 취지에서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익명게시판임에도 게시글의 작성자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들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작성 시간, 조회수, 댓글수, 반응까지 달라고 했다.
금감원 내부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익명성을 전제로 운영되는 게시판이지만 작성자를 추적할 수 있는 민감한 정보까지 요구한 것은 여론을 확인하는 수준을 넘은 과도한 요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복수의 금감원 직원은 “개인정보까지 요구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게시판 운영 취지가 퇴색될 수 있고 정부·여당의 개편 추진 과정에서 직원들의 자유로운 의견 공유가 위축될 수 있는 만큼 자료 제출 요구를 거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감원 직원은 “국회 논의가 예정된 사안인 데다 국민의힘에서 금융당국 개편에 반대하는 우리와 뜻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그러나 IP주소까지 요구한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확인하려 했다면 다른 방법도 있었을 텐데 왜 굳이 작성자 특정 가능성이 높은 정보를 요구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유영하 의원실 관계자는 “개편안에 대해 금감원 내부에서 찬반여론이 갈렸다는 이야기가 있어 여론을 확인하기 위해 요청한 것"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자료를 요구할 때는 통상 포괄적으로 하는데, 작성자를 특정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금감원에서) 문제가 된다고 생각되는 내용은 제외하고 제출해도 무방하다"면서 "오해가 불거진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개편에 대한 정치적 공방은 본격화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이달 9일 금감원에 '관치금융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관치금융의 정의와 문제점,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해외 사례, 금감원이 민간기구로 설립돼 분담금을 받아 운영한 이유 등을 요구했다. 금감원 비대위와 직원들은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이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등 관치금융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민주당은 15일 의원 166명 전원이 서명한 금융위원회설치법안을 당론 발의했다. 이달 17일에는 박수영 국민의힘 기재위원회 간사가 주관하고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주최하는 긴급토론회 ‘기재부 금융위 조직 및 금융감독체계 개편, 개선인가 개악인가’도 예정돼 있다.
한편 유영하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 보도 직후 “금감원에 자료 요청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