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교육부 수장이 된 최교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임명장을 받은 첫날, 충남 금산의 한 고등학교를 찾았다. 40여 일간의 수장 공백을 깨고 교육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이다. 그의 첫 일정이 고교학점제 현장 방문이라는 점은 상징적이다. 이제 막 시행에 들어간 이 제도는 교육 현장의 혼란과 기대가 뒤섞인 ‘뜨거운 감자’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스스로 과목을 선택하고 학점을 이수해 졸업하는 제도다. 진로 맞춤형 교육이라는 취지는 분명하다. 그러나 실제 학교에서는 교사 부담 증가, 과목 개설의 불균형, 평가 기준의 불확실성 등 각종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사교육이다. 이런 혼란 속에서 고액 입시 컨설팅이 다시 성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나 설명회 현장에서는 ‘고교학점제 대응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고액 강연이나 입시 컨설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 부총리가 마주한 과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사교육비 부담, 교육 격차, 교사 수급, 대학 구조조정, 학령인구 감소 등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특히 사교육은 정보 격차, 돌봄 공백, 공교육 불신이 얽힌 복잡한 구조적 과제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사교육 전담 부서를 없애고, 관련 업무를 흩어놓았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같은 지역균형 정책도 마찬가지다. 슬로건은 있어도 구체적 실행계획은 아직 없다. 정치적 구호가 교육의 본질을 덮을 수 없다는 사실을 최 부총리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과거 민주화 운동을 했고, 교육감 시절엔 공동체와 자율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정책의 실무 책임자다. 이상보다는 실행이, 철학보다는 결과가 요구되는 자리다. 교육은 정치적 실험장이 아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공적 설계여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뒤집히고 교실이 실험실처럼 변하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일관성과 신뢰가 생명이다.
최 부총리는 ‘정치적 교육감’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진짜 ‘교육부 수장’이 될 수 있을지 고교학점제라는 시험대에 섰다. 지금 필요한 건 거창한 구호가 아닌 현장과의 진심 어린 대화, 그리고 책임 있는 실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