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이 A급 신용도를 바탕으로 대규모 항공기 투자를 추진하며 국내 항공업계의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반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장기채 발행을 위한 신용등급조차 보유하지 못해 대규모 투자를 하지 못하는 상태다.
11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NICE신용평가는 대한항공의 반기보고서를 바탕으로 유효 신용등급을 ‘A,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상반기 대한항공의 순차입금은 13조 원을 웃돌고 부채비율은 310%에 달했지만, 장거리 수요와 중국 무비자 확대, 프리미엄 서비스 강화에 힘입은 안정적 수익성 덕분에 재무안정성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대한항공은 최근 대규모 투자를 잇달아 단행하며 조달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2024~2025년 에어버스·보잉과의 기체 계약에 이어 지난 8월 보잉 항공기 103대 추가 구매를 결정했다. NICE신용평가는 "투자 부담이 크지만, 분산 인도 구조와 과거 축적한 현금성 자산, 양호한 영업현금흐름 덕에 조달 리스크는 크지 않다"며 "A급 신용도를 기반으로 회사채 시장 접근이 쉬워 대규모 조달 소화력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 편입으로 출범한 통합 항공사 효과도 뚜렷하다. 국제선 여객 점유율은 50% 내외, 기단 규모는 국내 전체의 70% 수준을 확보했다. NICE신용평가는 "통합 과정에서 단기 비용은 발생하겠지만,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연 매출 20조 원을 웃도는 ‘메가 캐리어’로 성장하며 규모의 경제를 통한 정비비·구매비 절감, 노선 효율화로 중장기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주요 LCC는 유효 신용등급조차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말 기준 제주항공이 1년 이내 상환해야 할 차입금은 3856억 원에 달한다. 작년 말 2650억 원보다 많이 증가했다. 단거리 운임 하락과 고정비 부담으로 실적이 악화하는 가운데, 신용등급 부재 탓에 회사채 발행 등 공모시장 접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주항공은 우리은행 차입을 300억 원가량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차입에 의존하는 만큼, 조달 비용 상승은 불가피하다.
결국, 항공업계 대재편의 수혜는 대한항공 등 대형사에 집중되는 반면, LCC는 자금조달 창구가 막히며 생존 압박이 심화하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A급 신용등급을 가진 FSC가 조달 시장에서 독주하는 사이, LCC는 무등급 상태로 고립되는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재편 국면에서 신용도 격차가 곧 생존 격차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