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동향 파악 등 전략적 우위 노림수
노루그룹 오너 일가는 방어 태세

도료 업계 1위 KCC가 경쟁사이자 업계 2위인 노루홀딩스 지분을 빠른 속도로 매입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KCC가 ‘일반투자’로 공시를 내면서 향후 주주권 행사 가능성까지 열어둬 업계 재편의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노루그룹 오너 일가에서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방어 태세를 강화해 업계에서는 KCC와의 ‘지분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CC는 지난달 12일 노루홀딩스 지분을 기존 4.99%에서 7.17%로 확대했다고 공시했다. 이어 이달 10일에는 추가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9.90%까지 끌어올렸다. 최대 주주인 한영재 노루그룹 회장(25.22%)에 이은 2대 주주다. 특수관계법인인 디아이티를 제친 셈이다. 디아이티는 한 회장의 장남 한원석 노루홀딩스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이다.
눈에 띄는 건 KCC가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가 아닌 ‘일반투자’로 공시했다는 점이다. 일반투자는 경영권 영향의 목적은 없지만,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포함된다. 특히 3%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면 회계장부 열람도 가능하다. 경쟁사더라도 재무·경영 상황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밖에 정관 변경, 감사·이사 해임 요구 등의 주총 안건 제출 등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가능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확대를 투자 목적 이상의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한다. 도료 업계 2위인 노루홀딩스의 지분을 확보해 시장 흐름을 읽고, 가격·공급 전략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실제 도료 시장은 대표적인 과점 구조를 띤다. 주요 기업의 생산·가격 전략에 따라 시장 전체의 수익성이 좌우돼 경쟁사의 움직임을 가까이서 파악하는 게 중요한 전략적 이점일 수 있다.
KCC의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지분 매입은 의미가 크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건자재 부문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자동차·선박용 도료 등이 전체 수익성을 이끌며 비중을 키우고 있어서다. 실제 올해 2분기 KCC의 건자재 부문 영업이익은 319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0% 넘게 줄었지만, 도료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1%가량 줄어들며 선방했다. 이 또한 건축 도료 부진 영향으로, 공업·자동차·선박 도료 등은 견조한 수익을 낸 상황이다.
노루홀딩스가 경영권 승계 과정에 일부 지분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KCC가 비교적 유리한 가격에 지분을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KCC가 지분 확대와 관련해 노루홀딩스와 사전에 논의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진다. KCC 관계자는 “그야말로 ‘일반투자’ 목적”이라며 “경영진의 판단에 의해 지분 매입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주주권 행사는 가능하지만, 기업 대 기업 차원에서 전략적인 경영 참여 의도는 없다는 의미다.
KCC가 지분을 10% 직전까지 확대할 만큼 향후 추가 매입 가능성에도 시선이 쏠린다. 지분을 10% 이상 확보하면 주요주주로 분류돼 경영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분을 3% 이상만 확보해도 다양한 주주권 행사가 가능한데 10% 직전까지 확보했다는 데에서, 경쟁사에 대한 견제를 염두에 둔 것 아니겠냐”며 “10% 턱밑까지 지분을 확보한 것도 향후 10% 이상 지분 확보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편 KCC의 지분 확대 기조에 노루그룹 오너 일가에서도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방어 태세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디아이티는 전날 노루홀딩스 지분 135만 주를 확보해 보유 지분을 10.16%로 늘렸다고 공시했다. 2대주주에 오른 KCC의 자리를 재탈환하며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