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광역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투자가 올 상반기 아프리카에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후 위축됐던 자금 흐름이 되살아난 가운데, 개발도상국 지원을 축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공백을 파고들며 중국이 국제적 영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호주 그리피스 대학과 중국 푸단 대학의 연구기관은 올해 상반기 중국의 건설 계약을 포함한 일대일로 투자가 1240억 달러에 달했다고 집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일대일로를 제창한 이후 사상 최고치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이 수혜지로 떠올랐다. 지난해 연간 대비 37% 급증한 400억 달러로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아프리카가 지역별 최대 투자처가 된 것은 2021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 화학 대기업인 중국화학공정집단이 나이지리아에서 체결한 200억 달러 규모의 가스 시설 건설 계약이 아프리카 대상 투자를 주도했다. 이외에도 중국 정부계 금융기관인 중국국가개발은행은 1월 초 나이지리아 철도 프로젝트에 2억4500만 유로의 대출을 실행했다고 발표했다. 북부 카노주와 카두나주를 연결하는 사업으로 중국 국유기업 산하 중국토목공정집단이 수주했다.
중국 일대일로 참여국에 대한 투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크게 감소했다. 2017~2019년에는 연간 1100억 달러를 웃돌았지만, 2020~2022년에는 600~700억 달러 수준에서 증가세가 주춤했다. 신흥국 경제가 휘청이면서 중국의 대출도 부실화하는 사례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투자 규모가 최근 다시 확대된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개도국 지원 축소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국제개발처(USAID)를 사실상 폐쇄하고 원조 규모도 줄였다. 이 공백을 중국이 채우며 영향력 확대에 나선 셈이다. 사노 준야 일본종합연구소 연구원은 “아프리카는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투자 공세는 외교 지형에도 변화를 낳았다. 지금까지 아프리카에서는 중국의 투자 확대에 따라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유지하는 국가가 줄어들었다. 이러한 흐름은 태평양 도서국과 중남미로도 번지고 있다.
국제무대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유엔 인권 이사회에서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홍콩의 인권 상황을 비판하는 공동 성명을 4차례 발표했는데, 당시 중국을 두둔하는 국가 수가 서방에 동조한 국가보다 많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의 일대일로 투자는 단순한 인프라 건설을 넘어 자원 확보 전략과도 맞물려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중동과 중앙아시아에 대한 투자도 두드러졌다. 중동과의 관계를 강화해 원유 조달을 안정화하고 풍부한 오일 머니가 채무불이행 위험을 억제한다는 계산도 깔렸다. 중앙아시아 역시 우라늄과 희귀 금속 등 자원이 풍부하다.
다만 중국의 대규모 투자를 둘러싼 논란도 재점화될 수 있다. 스리랑카는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은 뒤 1999년 항만 운영권을 중국에 넘겼다. 중국은 부인하고 있지만 개도국 사이에서는 ‘부채 함정’에 대한 경계심도 계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