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식료품·철강·석화 비중 커
“규제 완화 및 투자 지원으로 고용 여력 뒷받침해야”

내수 침체 장기화와 글로벌 통상질서 변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하반기 채용 시장이 어려울 전망이다. 대기업 10곳 중 6곳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이 없거나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한국경제인협회는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5년 하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 기업 중 하반기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한 기업은 38.0%, 채용 계획이 없는 기업은 24.8%로 각각 나타났다. 특히 채용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17.5%)보다 7.3%포인트(p) 증가했다.
채용 계획을 수립했다고 응답한 기업(37.2%) 중에서도 채용 규모를 전년보다 줄이겠다고 응답한 기업이 37.8%에 달했다. 작년 하반기(17.6%)와 비교하면 20.2%p 늘어난 수준이다. 채용 규모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기업은 37.8%, 늘리겠다는 기업은 24.4%로 집계됐다.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축소하거나 미루는 이유로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및 기업 수익성 악화 대응을 위한 경영 긴축’(56.2%)이 가장 많았다. 이어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 등 비용 부담 증대’(12.5%),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고환율 등으로 인한 경기 부진’(9.4%) 등이 꼽혔다.
반면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은 ‘미래 인재 확보’(45.4%), ‘신산업 또는 새로운 직군에 대한 인력 수요 증가’(36.4%), ‘기존 인력 이탈에 따른 충원’(18.2%)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하반기 채용 계획이 없거나 미정이라고 응답한 기업들은 △건설·토목(83.3%) △식료품(70.0%) △철강·금속(69.2%) △석유화학·제품(68.7%) 등의 업종이 많았다. 건설업 침체 장기화, 식료품 원가 부담 및 내수 부진, 미국의 철강 관세, 석유화학 공급 과잉 등 업황 부진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청년들은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적합한 인재 확보의 어려움’(32.3%)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히며 일자리 미스매치가 드러났다. 특히 연구·개발직(35.9%), 전문·기술직(22.3%), 생산·현장직(15.9%) 분야에서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경협은 “산업 현장에서는 빠른 기술 발전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 연구·기술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지만 채용시장에서는 이를 충족할 인력 공급이 부족해 일자리 미스매치가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들은 신규채용 확대를 위해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투자·고용 확대 유도’(38.9%)가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고용증가 기업 인센티브 확대’(22.3%), ‘신산업 성장동력 분야 기업 지원 강화’(10.7%), ‘구직자 역량과 기업 수요 간 미스매치 해소’(10.7%) 등도 정책 과제로 제시됐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통상질서 재편과 내수 침체 장기화 등으로 전통 주력 산업은 활력을 잃고, 신산업은 고용을 확대할 만큼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노동조합법·상법 개정으로 경영 환경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는 각종 규제 완화 및 투자 지원 등을 통해 기업들의 고용 여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