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확장성에 수익 내는 기업
실적 없이 '성장성'만 기대하는 투자 기피

올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관심이 쏠렸던 분야는 뷰티, 의료기기 등이 꼽힌다. 이들의 공통점은 글로벌 확장성이 높고,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점이다. 성장성은 높지만, 적자를 보고 있는 기업들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유동성이 풍부했던 때와 다르게 수익성이 검증돼야 투자를 단행하는 기조로 바뀌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화장품 브랜드를 포함한 뷰티 기업의 인수합병(M&A)이 활발했다. 최근 애경산업 인수전에 태광그룹을 포함해 앵커에쿼티파트너스, 폴캐피탈코리아 등이 참전했고, 태광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서린컴퍼니를 품은 구다이글로벌이 발행한 전환사채(CB) 인수에는 여러 PE가 달라붙었다. 이외에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화장품 용기 제조사 삼화를 7330억 원에 인수했다.
'K-뷰티' 기업들의 M&A가 활발했던 이유는 글로벌 확장성이 꼽힌다. 과거 중국향 매출이 투자 포인트였다면, 최근에는 유럽·북미향 매출이 중요 지표가 되는 추세다. 중국향 매출 비중이 높았던 뷰티 기업들이 중국 매출이 감소가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줬는데, 유럽·북미향 진출 후 온라인 입점과 오프라인 입점 등 업사이드가 무궁무진하다는 이유에서다.
'K-뷰티'에 힘입어 의료기기 M&A도 활발했다. 지난해 한앤컴퍼니는 루트로닉을 인수한 후 미국 사이노슈어와 합병시켰고, VIG파트너스는 비올을 인수한 후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의료기기도 글로벌 확장성 측면에서 매출 증가 기대감이 높아 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확장성 외에도 영업현금흐름도 중요한 투자 포인트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나열한 기업들 모두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다. 과거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도,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것과 비교된다. 이는 과거 사례에서 학습한 효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앵커PE의 컬리 투자가 있다. 앵커PE는 2021년 컬리의 기업가치를 4조 원으로 평가하고 25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7.56%를 확보했다. 이날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비상장에서 컬리는 주당 1만5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추정 시가총액은 6800억 원으로 앵커PE가 첫 투자를 단행했을 때와 비교하면 83% 줄어들었다. 컬리는 올해 상반기 처음으로 반기 기준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과거 기업가치를 회복하기에는 먼 모습이다.
반려동물 전문 커머스 플랫폼 펫프렌즈의 투자자인 IMM PE도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2021년 IMM PE와 GS리테일은 총 1500억 원을 들여 펫프렌즈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 중 GS리테일이 325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펫프렌즈도 올 상반기에 반기 기준으로 첫 흑자를 달성했다. 하지만 PE들이 플랫폼 기업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세컨더리 딜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관측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유동성이 풍부할 때는 플랫폼 기업들도 조 단위 평가를 받았지만, 이제는 단순 성장성만으로 투자를 단행하지 않는 추세"라며 "글로벌 확장성과 함께 영업 현금 흐름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