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약 먹었는데도 숨졌다"… 잘못된 정보가 부른 '치명적 말라리아'

부산 온병원, “해외출국 시 미리 전문의 상담을”

▲ 온병원 감염병센터 이진영 감염내과 과장이 외래환자를 진료하는 모습. (사진제공=온병원)

스페인과 서아프리카 기니를 여행한 부산의 70대 남성이 귀국 직후 고열과 피로에 시달리다 결국 숨졌다. 원인은 치명적인 열대열 말라리아였다. 문제는 그가 출국 전 예방약을 복용했음에도 감염을 피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말, A씨는 귀국 후 나흘간 고열과 기력 저하 증세로 집 근처 병원을 찾았고 상태가 악화돼 부산 온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세균성 패혈증을 의심한 초기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은 급속히 진행됐다. 분자진단(PCR) 결과, 그는 ‘열대열 말라리아(Plasmodium falciparum)’에 감염돼 있었다.

A씨가 복용한 예방약은 클로로퀸(Chloroquine)이었다. 과거 동남아시아·중남미 일부 지역에서 효과가 입증된 약이지만, 기니를 비롯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대부분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클로로퀸 내성이 100% 발생하는 고위험 지역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아프리카 여행 시 클로로퀸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잘못된 정보로 인한 치명적 선택이었던 셈이다.

말라리아 아프리카 집중… 매년 수십만 명 목숨 앗아가

말라리아는 여전히 세계 보건의 사각지대다. 2022년 전 세계 감염자는 2억4,900만 명, 이 중 93% 이상이 아프리카에서 발생했다. 나이지리아, 콩고민주공화국, 우간다, 모잠비크 등 일부 국가에만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집중돼 있다. 같은 해 사망자는 60만8천 명, 이 중 76%가 5세 미만 아동이었다.

특히 열대열 말라리아는 수 시간 내로 중증으로 악화될 수 있어, 신속한 진단과 항말라리아제 투여가 생사를 가른다. 현재 아프리카 여행 시 권장되는 예방약은 메플로퀸(mefloquine), 아토바쿠온-프로구아닐(atovaquone-proguanil),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 등이다.

부산 온병원 감염내과 이진영 과장은 “출국 최소 한 달 전에는 감염내과나 여행의학 클리닉을 찾아 해당 지역에 맞는 최신 예방약을 처방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병원 감염병센터도 추석 연휴 해외여행객에게 △사전 의료 상담과 예방약·예방접종 실시 △여행 중 모기 기피제·모기장·긴 옷 착용 △귀국 직후 발열·오한·두통 시 해외여행력 알리기 등 안전수칙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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