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주택공급 직접한다는데…“건설사·실수요자 눈높이 맞출까”

작년말 기준 LH 부채 160조...“LH 재정 투입 필요”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주택을 직접 시행하는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공공 아파트가 주택 수요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시공을 하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익성 측면에서 이 같은 정부 구상이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 서울 강서구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는 지난달 84㎡가 14억6500만 원에 거래됐다. 해당 아파트는 2017년 준공됐는데, 인근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마곡엠밸리10단지'는 비슷한 시기인 2016년 준공됐으나 같은 평형이 지난달 13억6000만 원에 거래됐다.

해당 단지는 민간단지와 임대단지가 혼합된 소셜믹스 단지다. 물론 '마곡13단지힐스테이트마스터' 단지가 대로변에서 더 안쪽에 위치했다는 점에서 수요자 선호도가 더 높았을 수 있으나, 그걸 감안하더라도 대형 건설사가 시공한 브랜드 단지와 가격이 1억 원 이상 가격 차이가 벌어진 만큼 브랜드 단지에 대한 수요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 7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을 통해 공공 주도로 품질이 보장된 양질의 단지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동안 LH는 민간 토지를 수용해서 주택용 택지로 개발한 후 이 택지의 절반 가량을 민간 건설사에 매각, 민간 건설사가 주택을 짓는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해왔다. 앞으로는 LH가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택지를 제공하면 민간 건설사가 자금조달 및 설계, 시공 등을 맡는 '도급형 민간참여사업'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LH가 시행을 맡고 민간이 시공을 담당함으로써 공공성과 품질을 동시에 잡겠다는 것이다.

민간 건설사와 과감하게 협력해 양질의 아파트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지만,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한 건설업계에서는 '구미가 당기지 않을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대형 건설사 입장에서는 민간 사업보다 수익성이 낮다면 굳이 입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공공이 공사를 발주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공사비가 낮게 책정되는데, 대형 건설사 입장에서는 단가를 맞추기 어려워 한계가 있다”며 “LH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에서 대형 건설사들의 브랜드가 적용되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실수요자 대부분은 도심내 '브랜드 대단지'를 선호하는 게 현실이다. 최근 실수요자들은 특화 설계가 도입된 차별화된 브랜드 단지에 대한 수요가 높고, 대형 건설사들 또한 이에 걸맞은 프리미엄 아파트 단지를 공급하는 추세다. 분양 시장에서도 브랜드 가치에 따른 선호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민간은 경기 상황이나 자금 조달 문제로 공급이 위축될 수 있지만, LH는 그런 제약이 적다. 품질 저하 우려가 있는 만큼 민간 건설사와 협력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것“이라면서 “공공임대와 공공분양을 모두 추진하고, 국민 눈높이와 시장 수요를 충분히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거에도 정부는 같은 방식의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LH는 과거 1·2기 신도시 조성 당시 상당수 아파트에서 택지 조성부터 분양까지 사업을 직접 담당하고 민간 건설사가 도급을 통해 시공에 참여하는 '도급형 민간참여사업'을 실시했다. 1990년대 분당·일산신도시 내 주공 아파트 단지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지어졌다.

문제는 이처럼 건설사가 시공만 맡은 공공주택 사업에서 품질 논란이 발생한 전례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3년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LH 시행, 민간 건설사 시공으로 공급된 한 아파트 단지는 지하주차장이 붕괴돼 이른바 ‘순살아파트’ 논란이 일었다. 이는 '도급형 민간참여사업' 방식에 대한 우려를 키운 대표적 사례가 됐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 도급형 민간참여사업은 공사비는 적으면서도 공사기간은 촉박하게 잡혀서 부실공사 등 위험이 많았다"며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대형 건설사들은 잘 참여하지 않고, 중견 건설사들이 주로 참여하기 때문에 정부 구상만큼 공사 품질이 보장되지 않을 우려는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정부 구상대로 민간 건설사가 활발하게 입찰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사비가 적정한 수준에서 책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LH의 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160조 원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마진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형 시공사들은 마진만 맞는다고 하면 참여 안 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면서 “LH가 시행에서 얻는 마진을 분양가에 녹이고, 거기서 시공사 마진까지 챙겨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LH에 대한 재정 투입은 필수적”이라며 “채권 발행 등을 통해 LH의 재정 손실을 메꿔줘야만 가능할텐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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