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지역 전세대출 2억 원 칼날...전세의 월세화 부추길까[9·7 공급대책]

정부가 1주택자의 전세대출 보증 한도를 수도권·규제지역에서 2억 원으로 일원화했다. 실수요자 보호를 내세워 사실상 갭투자 차단과 “본인 집에서 거주하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번 조치로 전세 시장의 거래 위축과 월세 전환 흐름이 빨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9일 관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부터 ‘9·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이번 조치로 앞으로는 보증기관과 상관없이 1주택자의 주택 소재지와 무관하게 받을 수 있는 전세대출을 최대 2억 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서울보증보험(SGI) 3억 원, 한국주택금융공사(HF) 2억2000만 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2억 원 등 기관별로 차이가 있었지만 이날부터는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갭투자 수요를 차단하고 전세대출 혜택이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집중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6월 발표된 ‘6·27 대출규제’에서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의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한 데 이어 이번에는 규제 범위를 1주택자까지 넓혔다는 점에서 연장선에 있는 조치로 평가된다.

정책 배경에는 “전세대출이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해왔다”는 비판이 자리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세대출 규모는 2015년 46조 원에서 지난해 말 200조 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연평균 증가율은 18%를 웃돌아 가계대출 전체 증가율(5.8%)의 세 배가 넘는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전세대출이 서민주거안정에 기여한 측면도 있지만 손쉬운 대출이 전셋값을 올리고 매매가격까지 밀어 올렸다는 지적이 있다"며 대출규제의 배경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전세 시장의 위축과 월세화 가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단순한 대출 규제를 넘어 주거 문화 자체의 변화를 겨냥한 조치라는 것이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신규 계약 기준 전세 비중은 7월 52%로 지난해 같은 기간(59%)보다 7%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월세 비중은 41%에서 48%로 7%포인트 상승했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결국 갭투자를 줄이고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을 유도하려는 기조로 읽힌다”며 “전세제도가 장점도 있지만 사기 등 리스크도 있었던 만큼, 정부 차원에서 전세 축소와 월세 확대 흐름을 용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전세 거래량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출 한도가 줄면서 전세 계약금 마련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주거 이동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 교육이나 직장 여건을 고려해 다른 지역으로 전세를 옮기던 사례들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지적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어디에 있든 한도가 2억 원으로 묶이면 사실상 현금을 더 들고 들어가라는 얘기”라며 “자녀 교육이나 직장 문제로 다른 지역 전세를 찾던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규제로 인해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자금 여력이 부족한 무주택자나 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계층은 전세 계약금 마련이 더 어려워지고 주거 선택지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송 대표는 “전세 시장은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며 “대출 규제로 이 같은 이동이 제한되면 전세 거래 자체가 위축되고 자금 여력이 부족한 계층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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