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능 '사탐런' 심화, 16만 명 급증…“정시 예측도 혼란”

수시 수능최저 충족 격차 확대…의대 등 최상위권 ‘빨간불’
검정고시생 31년 만에 최대…내신 부담에 학교 이탈 가속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가 실시된 3일 서울 금천구 금천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올해 치러질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사회탐구 과목 응시자가 급증하고 과학탐구 과목 응시자는 급감한 이른바 ‘사탐런’ 현상이 역대 최대 규모로 나타났다.

8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따르면, 2026학년도 수능 응시원서 접수 결과 전체 지원자는 55만4174명으로, 지난해보다 3만1504명 증가했다. 재학생이 3만1120명 늘어난 37만1897명(67.1%)으로 가장 많았고, 졸업생은 1862명 줄어든 15만9922명(28.9%), 검정고시 등 기타 지원자는 2246명 증가한 2만2355명(4.0%)이었다.

올해 수능에서는 특히 ‘사탐런’ 현상이 뚜렷했다. 사탐을 선택한 비율은 전년보다 9.2%p 증가한 61.0%에 달한 반면, 과탐은 15.2%p 줄어든 22.7%에 그쳤다. 사탐 1과목과 과탐 1과목을 병행 선택한 비율도 16.3%로 지난해(10.3%)보다 크게 늘었다.

사탐 과목 전체 응시 인원은 지난해보다 15만7912명(27.6%) 증가한 반면, 과탐 과목은 10만6254명(24.5%) 감소했다. 이에 따라 사탐 응시자의 고득점 인원은 증가하고, 과탐 응시자의 상위 등급 확보는 한층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사탐 과목에서 2등급 이내 인원은 전년보다 1만6880명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반면, 과탐은 1만2316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시 수능최저 충족이 상대적으로 쉬운 사탐 쏠림 현상으로 순수 이과생들이 큰 피해를 보게 됐다”고 지적했다.

가장 많은 학생들이 선택한 사탐 과목은 ‘사회·문화’로, 응시자는 26만3047명에 달해 전년보다 8만3000여 명 증가했다. 반면, ‘지구과학Ⅰ’은 11만5435명으로 지난해보다 3만8500여 명 감소했다. ‘생명과학Ⅰ’도 11만2128명으로 3만 명 가까이 줄었다.

임 대표는 “이 같은 현상은 2022학년도 통합수능 도입 이후 수학 영역에서 이과생이 유리한 구조에서 문과 학생들이 사탐을 유지하면서 이과 영역까지 침공한 데 따른 것”이라며 “이에 대응하려 이공계에서도 사탐 인정이 허용되면서 사탐 쏠림이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과탐 응시자가 줄은 것과 관련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학생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 겸 부사장은 “자연계 학생들이 학습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사회탐구로 몰리면서 과탐 응시자는 대폭 줄었다”며 “그 결과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학생이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소장은 “특히 ‘지구과학Ⅰ’과 ‘생명과학Ⅰ’은 응시자가 줄면서 1등급 인원이 각각 1542명, 1156명 줄어들 것으로 보여, 의대 등 최상위권 학과 지원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올해 수능에서는 수학 및 탐구 과목 선택 제한을 폐지한 대학이 늘면서 사회탐구 선택 비중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수능 고득점자는 늘어나지만 정시 예측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소장은 “정시에서 수능 점수만으로 상위권 대학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탐을 선택한 수험생이 문과생인지 이과생인지조차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입시 예측과 설계에 혼란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올해 검정고시 출신 수능 응시자는 2만2355명으로 1995학년도(4만2297명) 이후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소장은 “내신의 불리함에 따른 자퇴생 증가가 검정고시 접수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2028학년도부터 고교 내신제도가 5등급제로 개편되면 학교 이탈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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