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시바 일본 총리, 당내 분열 우려에 사임 공식 표명

선거 연패 책임 지고 사퇴하기로
자민당, 총재 선거 돌입 예정
고이즈미·다카이치, 유력 후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 도쿄 총리 관저에 도착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오후 6시 총리 관저에서 임시 기자회견을 열고 자민당 총재직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그는 약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는 기자회견 서두에서 “자민당 총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면서 “당규 제6조에 따른 총재 선거 조기 실시 여부를 묻는 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없어졌다. 새로운 총재를 선출하는 절차를 시작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애초 자민당은 8일 총재 선거 조기 실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이시바 총리는 “이 절차까지 진행되면 당내에 결정적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며 당원들에게 “함께 이 난국을 극복해달라”고 호소했다.

사임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이시바 총리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타결을 꼽았다. 그는 “하나의 고비를 넘긴 지금이야말로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판단해 후임에게 길을 양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련의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며 “지위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줄곧 말씀드려 왔다”고 언급했다.

이번 사임에 따라 실시되는 다음 자민당 총재 선거에는 입후보하지 않겠다는 의향도 표명했다.

이시바 총리는 “이재명 대통령과 결실 있는 회담을 했다”며 “아시아 나라들과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시바 총리가 물러나는 가장 큰 이유는 선거에서의 연이은 참패다. 지난해 10월 치러진 중의원(하원) 선거는 물론 6월 도의회 선거, 7월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잇따라 지면서 집권 자민당을 이끄는 대표로서 치명타를 입었다. 특히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의 여당 연합이 의석 과반에 실패하면서 당내에서 이시바 퇴진론에 힘이 실렸다.

그간 이시바 총리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중에 정치적 공백을 만들지 않겠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집권을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2일 당내 양원합동총회에서는 선거 대패와 관련해 “책임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마땅한 시기에 제대로 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만 밝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자동차 관세 인하를 포함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무역 리스크가 일단락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물가 상승 대책 핵심으로 중시해온 임금 인상도 5일 발표된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별 시간당 최저임금이 전국 평균으로 역대 최고인 1121엔(약 1만600원)으로 종전 1055엔에서 오르면서 66엔으로 역대 최대 인상 폭을 보이는 등 성과를 거뒀다. 이에 이시바 총리가 지금이 퇴임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오후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와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이시바 총리의 조기 퇴진 표명을 촉구했고 이에 앞서선 이시바 총리의 앙숙인 아소 다로 전 총리가 조기 총재 선거를 지지했다. 자민당은 8일 당 소속 의원 295명과 광역지자체 지부 대표 47명 등을 대상으로 조기 총재 선거 의사를 묻기로 했다. 닛케이 조사에 따르면 이날 기준 342명의 관계자 가운데 40% 이상이 조기 선거에 찬성했고 과반 도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됐다.

닛케이는 “참의원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시바 총리는 정책 과제에서 일정 성과가 나온 점을 고려해 정권에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며 “당내 기반이 약해진 점도 있어 퇴진 압력에 맞서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시바 총리가 물러나면서 자민당은 8일 오전 30분 임시 간부회의를 열어 당초 예정됐던 ‘총재 선거 조기 실시 여부’를 묻는 서면 제출을 중지하는 결정을 내리고 정식으로 선거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는 집권당 총재가 국가를 이끄는 총리가 된다. 현재 유력 후보로는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거론된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쌀값 급등 문제를 빠르게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1위에 올랐지만 결선에서 이시바 총리에게 근소한 차로 역전패를 당했다. 매년 두 번씩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해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일본에서 강경 우파로 알려져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자민당이 후임 총재를 선출할 때까지 향후 몇 주간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적인 채권 매도세 속에서 일본 장기 국채 금리도 지난주 수십 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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