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 판정 비율도 49.6%에서 78.9%로 크게 늘어

공동주택 하자 분쟁이 매년 4000~5000건가량 발생하며 부실시공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한 '속도전' 문화와 불법 하도급 구조 등을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며 속도 보다는 품질, 기술 인력 양성·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되는 공동주택 하자 분쟁 건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위원회가 처리한 분쟁 사건은 2020년 4173건에서 2021년 4732건으로 증가했다가 2022년 4370건으로 감소한 뒤 다시 2023년 4559건, 2024년 4663건으로 늘었다.
분쟁 조정까지 간 사례 중 실제 하자로 판정되는 비율도 크게 높아졌다. 2020년만 해도 하자 판정 비율은 절반가량인 49.6%에 그쳤지만 작년에는 심사된 1774건 중 78.9%에 해당하는 1399건이 하자로 인정됐다.
실제로 신축 대단지에서도 부실시공으로 인한 하자 문제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 대단지 '힐스테이트 더 운정' 오피스텔 입주 예정자들이 대통령실 인근에서 “부실시공 건물에 준공승인을 내줘선 안 된다”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7월 말 진행된 해당 단지 사전점검 당시 오피스텔 전체 3413실 중 2931실이 참여해 총 12만1452건의 하자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한 신축아파트 단지에 입주한 A 씨는 “입주해보니 여기저기 하자가 있어서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 돈을 더 들이고 있다”며 “아파트 하자 보수를 맡겼는데 없던 하자가 더 생긴 걸 보고 스트레스가 정말 크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명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 불린 1만2000가구의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아파트에서도 최근 고층 복도 벽면에서 수평 방향으로 길게 이어지는 균열이 발견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한 이 단지는 8개월 만에 복도 벽면 균열이 발견돼 주민들이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정밀 구조 안전진단을 요청했다. 강동구청도 해당 단지를 시공한 4개 건설사에 대해 균열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후속 조치 마련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부실시공의 근본 원인으로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한 무리한 속도전 문화와 허술한 품질관리 관행 등을 꼽는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지난 6월 건설노동자 106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2.4%는 '건설현장에서 속도전을 강요받고 있다'고 했으며 73.8%는 '공사 기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밝혔다. 81.7%는 대형참사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부실시공과 하자 문제가 지속되다보니 국토교통부는 2023년 하반기부터 하자 많은 시공사 20곳의 명단을 상·하반기 두 차례씩 공개하며 건설사들의 자발적 품질 개선을 압박하고 있다. 국토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는 불법 하도급을 부실시공 및 안전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불법 하도급 근절을 위한 합동 단속도 진행 중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하자 문제는 기능공들의 숙련도 부족 및 고령화, 공사비 급등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장마철이 겹치거나 모종의 이유로 공사에 차질이 생겨서 공사 기간이 빠듯해지면 마감 등이 부실해지면서 하자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 현장에 신규 기능인력이 잘 수급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이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설계단계부터 안전을 철저히 검증하고 건설사의 하도급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