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부가 매년 수천억 원을 들여 국립대학 실험·실습 기자재를 확충하고 있지만, 노후 장비는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장비는 50년 넘게 사용 중이거나 방치돼 대학 연구·교육의 질 저하와 안전사고 우려가 제기된다.
5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을호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립대학에서 사용 중인 실험·실습 기자재 26만3152대 중 9만8139대(37.3%)가 내용연수를 초과한 교체 대상 장비로 확인됐다. 이는 전년도(9만6454대)보다 1685대 증가한 수치다.
교육부는 2024년 한 해 동안 실험·실습 기자재 확충에 총 2679억 원을 투입했지만, 교체 대상 기자재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조달청 지침에 따르면 기자재는 11~16년 이상 사용 시 교체 대상으로 분류되며, 상태가 양호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교체가 권장된다. 이번 조사에서는 20년 이상 된 기자재가 3만414대(11.5%)에 달했고, 30년 이상 사용된 노후 기자재도 2482대에 이르렀다. 심지어 1970년대에 도입된 기자재 3대는 50년이 넘도록 여전히 교육 현장에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가 장비의 방치 사례도 드러났다. 교육부가 제출한 ‘고가첨단 기자재 단가·취득일자별 상위 10개 사용 현황’에 따르면, 가장 오래된 장비 10개 중 7개는 최근 사용 이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고장이 나 방치되거나 폐기 예정이었으며, 취득일자가 잘못 기재된 사례도 확인됐다.
예를 들어 부산대학교의 투과전자현미경(TEM)은 2021년부터 고장난 채 방치 중이며, 경상국립대학교의 핵자기공명분석기 역시 노후화로 사용이 중단됐다.
교육부는 기자재 활용 성과를 ‘만족도 설문조사’와 ‘학생 1인당 교육비’ 등으로 관리하고 있으나, 실제 노후 기자재의 교체율이나 활용 실태는 성과지표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예산 투입 대비 실질적인 개선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을호 의원은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체 대상 기자재가 해마다 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관리 부실”이라며 “이는 교육과 연구의 질 저하를 넘어 학생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교육부와 한국교육시설안전원이 2023년 발간한 ‘대학 실험·실습실 사고 예방 가이드’에서도 기자재 노후로 인한 사고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정 의원은 “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자재 관리에 대한 책임 있는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며 교육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