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열병식이 던진 전략적 메시지…북중러 3자 연대 과시

신냉전 시대 反서방 블록 가속
푸틴, 고립 벗어나 다자외교 복귀 본격화
北, 핵 묵시적 지지 확보·외교 지평 확대
김정은, 딸 주애 동행…‘후계자 신고식’
실질적 군사·경제 통합 발전 가능성은 희박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함께 이동하는 장면이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에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시진핑 집권 3기 최대 정치 이벤트로 꼽히는 올해 열병식은 단순한 군사 퍼레이드가 아니었다. 시 주석과 블라다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 자리에 선 장면은 국제사회에 북·중·러 3자 연대를 공식화하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특히 1959년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세 지도자의 모습은 당시 냉전 질서를 재현하듯 반서방 연대를 과시하는 상징적 이벤트로 비쳤다. 열병식 직후 이어진 정상회담도 군사적 퍼포먼스를 외교적 연계로 확장시키며, ‘반(反)서방 블록’ 형성을 가속화하려는 신호로 해석됐다고 3일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열병식은 직전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맞물리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시 주석은 SCO 무대를 통해 소프트파워를, 열병식에서는 첨단 무기와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하드파워를 과시했다. 서방이 주도하는 글로벌 규칙 설정 과정에 맞서 ‘또 하나의 질서 축’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적 메시지를 명확히 드러낸 셈이다.

이번 무대는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에게도 상징성이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서방의 제재와 외교적 고립에 시달려온 푸틴으로서는 이번 SCO와 열병식이 다자외교 무대에 복귀했음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김 위원장에게는 금지된 핵무기에 대한 묵시적 지지를 확보하고 외교적 지평을 넓힐 기회로 작용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둘째 딸 김주애와 동행한 것은 사실상 ‘후계자 신고식’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웬디 송 애틀랜틱 카운슬 글로벌차이나 허브 연구원은 가디언에 “중국은 서방 국가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대러 제재를 계속하더라도 친구를 지지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 주석은 이번 열병식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제재를 받는 국가 지도자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쉬키안 이란 대통령과 민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부 정권 지도자도 참석했다. 이는 서방에 맞서는 연대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는 장면으로, 지난 한 세기 동안 유지돼온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해석된다.

다만 다극 질서 속 협력 축 강화라는 상징적 메시지는 컸지만, 서구 압박 속에서 전략적 대응을 추구하는 것 이상의 실질적 군사·경제 통합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회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세 나라가 반서방 공통분모로 단합하고는 있지만 실체적 결속보다는 이해관계 중심의 느슨한 연계에 가깝기 때문이다.

네이선 마부비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미·중관계미래연구센터 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중국의 최우선 순위는 어디까지나 중국의 자신의 이익”이라며 “중국은 미국과의 지정학적 경쟁을 매우 의식하고 있어서 다른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모든 행동은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만 이해할 수 있으며, 그 외의 모든 것은 부차적이다”고 분석했다. 이어 “만약 내가 그 국가 중 하나라면 중국이 보여주는 지지에 너무 안주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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