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가동 vs 한국 개점휴업…글로벌 IPO 시장 온도차

▲지역별 IPO 현황 (자본시장연구원, EY)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이 노동절 이후 본격 재개장 분위기다. 반면 한국은 사실상 '개점휴업'에 가까운 흐름을 보이며 뚜렷한 온도차를 드러내고 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웨덴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는 이번 달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다시 추진한다. 클라르나는 당초 4월 상장을 추진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상장 계획을 잠정 보류했었다. 클라르나는 이번 IPO에서 최대 12억7000만 달러(약 1조7697억 원)를 조달할 예정이며, 상장 후 기업가치는 최대 140억 달러(19조509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주목받는 거래소 제미니(Gemini)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를 신청하며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돌입했다. 제미니는 최대 3억1700만 달러(4417억 원)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상장 후 기업가치는 최대 22억2000만 달러(3조936억 원)로 알려졌다. 이 밖에 블록체인 기반 대출 기술 기업 피겨(Figure)와 공학 설비 및 유지보수 기업 레젠스(Regence), 티켓 판매 플랫폼 스텁허브(StubHub) 등 굵직한 기업들이 잇따라 IPO를 위한 로드쇼(투자설명회)에 나서는 등 상장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국내는 개편된 IPO 제도의 첫 적용을 앞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이달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스팩 제외)은 에스투더블유(S2W)와 명인제약, 노타, 큐리오시스 등 네 곳뿐이다. 이는 최근 5년(2020~2024년) 9월 평균 상장 기업 수 9개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수치다. 특히 코스피 대어로 주목받던 명인제약 상장 일정이 10월로 미뤄지면서 이번 달 직상장에 나서는 기업은 에스투더블유 단 한 곳에 그칠 전망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핀테크나 디지털자산 등 고성장 섹터 상장이 이어지며 유동성을 끌어모으는 모습"이라며 "한국은 상장 도전 기업 자체가 줄었고, 공모가 산정이나 유통 물량 설계도 보수적으로 바뀌는 등 제도 적응기가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모자본과 디지털자산 등 대체 투자자산 부상으로 최근 글로벌 IPO 시장은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양극화까지 진행 중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IPO 건수는 1215건, 공모액은 1212억 달러로 전년 대비 각각 10%, 4% 감소했다. 올 상반기 IPO 공모액은 614억 달러로 전년 동기 보다 16.5% 늘었지만, 건수는 4% 줄어든 539건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미국 IPO 건수는 109건으로 2021년 이후 가장 많았다. 특히 외국 기업 IPO 비중이 62%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홍콩은 테크 및 친환경 에너지 기업 중심의 상장이 이어지며 자금 조달이 전년 대비 약 7배 증가, 상반기 기준 세계 거래소 중 가장 큰 규모의 IPO가 이뤄졌다. 반면, 유럽 IPO 조달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 줄었고, 동남아 국가들 IPO 건수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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