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충격에 실적 우려까지…인도펀드 투자자 탈출 가속

연초 이후 2600억 유출
50% 관세에 증시 휘청
수출타격ㆍ성장둔화 우려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며 투자자 관심을 끌었던 인도를 향한 투자심리가 약화하고 있다.

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설정액 10억 원 이상 국내 설정 38개 인도 관련 펀드에서는 연초 이후 2614억 원이 유출됐다. 최근 3개월과 1개월 동안에도 각각 942억 원, 399억 원의 자금이 빠졌다.

인도는 14억 명이 넘는 인구를 바탕으로 한 내수경제와 제조업 육성 중심 경제 정책 ‘모디노믹스’ 등을 통한 경제 성장 기대감을 받아왔다. 최근 2년, 3년으로 기간을 넓히면 국내 인도 펀드 설정액은 9866억 원, 1조2350억 원 늘었다.

그러나 미국과 인도의 무역 협상이 난항을 겪자 올해 들어 투자심리가 냉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부터 인도산 수입품에 총 5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기존 상호관세 25%에 더해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문제 삼아 25% 추가 관세를 물렸다.

미국발(發) 관세 충격에 인도 증시는 주춤한 상황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니프티(Nifty)50 지수는 지난달 29일 올해 6월 연고점(2만5637.80) 대비 4.72% 하락한 2만4426.85을 기록했다. 니프티50은 인도증권거래소 상장 주식 중 유동비율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을 담고 있다.

인도 증시 약세에 국내에 출시된 인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성적도 부진해졌다. 6월 2일부터 전날까지 약 3개월간 TIGER 인도니프티50은 3.07% 떨어졌다. ‘인도의 삼성’으로 불리는 타타그룹 기업들에 집중 투자하는 KODEX 인도타타그룹(-7.93%), 인도 상위 5대 그룹 핵심 계열사 등에 투자하는 ACE 인도시장대표BIG5그룹액티브(-3.34%) 등도 가격이 밀렸다.

미국과 인도의 관계가 여전히 삐걱대고 있는 만큼 양측의 무역 협상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인도는 최근 중국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톈진선언’에 이름을 올렸다. 톈진선언에는 미국의 관세 압박이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을 저해하는 조치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도는 자기들의 관세를 없애겠다고 제안했지만 늦다”며 인도를 재차 압박했다.

인도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 등을 통해 성장을 이어갈지를 둔 증권가 의견은 엇갈린다. 김승민 KB증권 연구원은 “무역 협상 지연과 이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로 단기 변동성 장세가 불가피하나, 완만한 내수 회복과 중국과의 관계 개선으로 투자심리가 점차 회복될 전망”이라며 “특히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는 제조업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근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인도 정부는 중국 기업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제도 완화 등 관세에 대응할 전략을 모색하고 있지만, 50% 관세 충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크게 훼손돼 수출 감소는 불가피하며 신규 투자 유치나 수출시장 다변화 효과도 가시화되기까지 상당한 시차가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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