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호주 이미 규제...韓, 청소년 건강 외면한채 ‘합성니코틴 입법’ 방치

▲합성니코틴 (ChatGPT/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합성니코틴에 대한 규제 논의가 불발되면서 관련 또다시 표류 상태에 빠졌다. 합성니코틴을 담배로 포함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제도 공백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열릴 예정이었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가 무산되면서 담배사업법 개정안 논의가 또다시 미뤄지게 됐다. 이번 달 역시 소위원회에서 관련 안건이 다뤄질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연초의 잎에서 만들어진 천연니코틴만 담배로 규제한다는 현행 규정을 합성니코틴까지 포함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법에 따르면 주로 액상형 전자담배에 사용되는 합성니코틴 담배에 포함되지 않아 과세·판매·광고 등 관련 규제를 피해가고 있다.

과세의 경우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개별소비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 각종 세금 대상에서 제외돼 세수 결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최근 4년간 합성니코틴에 세금을 매기지 못한 미징수액은 3조3895억 원으로 추산된다.

판매나 담배 경구 문구 표시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온라인은 물론 학교 근처에 있는 무인자판기 등 판매 채널을 통해 버젓이 판매 중이다. 국회가 청소년 보호에 사실상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합성니코틴에 대한 규제가 지지부진한 이유엔 액상 전자담배 사업자들의 생존권 위협을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초 기재위 여당 간사이자 경제소위 위원장인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전자담배 사업자들의 생존권을 이유로 담배사업법 개정안 입법에 제동을 걸면서 좌초된 바 있다.

제도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이 합성니코틴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자담배 용액 수입액은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간 평균 34.5% 증가했다. 5월 수입액은 762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53.6% 늘었다.

정부는 합성니코틴을 제도권으로 들여와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과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 모두 합성니코틴이 국민 건강 보호 차원에서 제도권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미 미국, 호주, 유럽 등 다른 선진국들은 발 빠르게 합성니코틴 규제에 대한 제도적 정비를 마친 상태다. 미국은 2022년부터 합성니코틴도 천연니코틴 기반의 담배와 동일하게 규제하기 시작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모든 합성니코틴 제품이 사전에 시장 담배 제품 신청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했다.

합성니코틴와 함께 유사니코틴의 규제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합성니코틴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유사니코틴을 사용하는 제품들도 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유사니코틴까지 규제에 포함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담배업계 한 관계자는 “국회에서 담배사업법 개정안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또다시 결과를 알 수 없는 국면에 빠졌다”며 “천연니코틴과 마찬가지로 합성니코틴 역시 제도권 아래 관리할 수 있도록 규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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