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SCO 정상회의서 국제질서 재편 시동…‘다극 세계’ 강조

글로벌사우스 결속 거듭 강조
SCO 개발은행·안보센터 설립 추진
연내 회원국에 20억 위안 무상 원조 약속
3일 전승절 열병식…북·중·러 연대 과시 관측

▲사진은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가운데) 인도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담화를 나누고 있다. (톈진(중국)/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이라는 본무대를 앞두고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국제질서 재편 시동을 걸었다.

1일 블룸버그통신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SCO 정상 이사회 제25차 회의 연설에서 안보와 경제지원을 약속하며 반서방 연대의 결속을 다졌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압박을 ‘집단 괴롭힘’이라고 우회 비판하며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간 무역 체제를 수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 주석은 “SCO 개발은행을 조속히 설립해 회원국의 안보와 경제협력을 지원하겠다”면서 “우선 연내에 회원국들에 20억 위안(약 4000억 원)을 무상 원조하겠다”고 제시했다. 또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센터와 마약 대책을 담당하는 센터를 조기에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관세를 인상해 신흥국과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상황을 겨냥해서는 “냉전적 사고, 진영 대립, 집단 괴롭힘에 반대한다”면서 “평등하고 질서 있는 다극화된 세계를 위해 ‘글로벌사우스(북반구 저위도 지역과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통칭)’가 결속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시 주석은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시스템과 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 무역 체제를 수호하고,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와 보편적으로 이로운 경제 세계화를 제창해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인 글로벌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중국의 광역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를 기반으로 인프라 건설을 추진해 회원국의 공동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언급했다. 무역·투자의 편의성 제고·에너지·디지털 경제·인공지능(AI) 분야의 협력 확대도 제안했다.

전날 SCO 환영만찬 연설에서도 “세계는 100년에 한 번 올 변혁기를 맞이했으며 불안정·불확실·예측 불가능한 요인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SCO가 글로벌사우스의 힘을 결집해 인류 문명 발전에 더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SCO는 2001년 중국과 러시아의 주도로 설립된 다자 협의체로, 인도·파키스탄 등 10개 정회원국과 옵서버·대화파트너 16개국으로 이뤄져 있다. 올해 SCO 정상회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20여 개국 정상과 정상급 인사, 10여 개 국제기구 수장이 참석해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린다고 중국 측은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을 방문한 세계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구심점으로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시 주석은 SC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각국 정상들과 잇따라 회담했다. 그는 전날 푸틴 대통령과 지난달 15일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 관련 내용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디 총리와는 국경 분쟁 문제 해결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SCO 폐막 이틀 뒤인 3일 베이징에서는 열병식이 진행된다. 열병식에서 시 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과 함께 북·중·러 연대를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닛케이 등 일본 언론들은 북한과의 접경 도시인 단둥에서 경비가 강화한 것을 이유로 김 위원장이 이날 특별열차로 평양에서 출발해 2일 베이징에 도착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밖에 베트남과 라오스·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몽골·파키스탄·네팔·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투르크메니스탄·벨라루스·이란 등의 정상이 참석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행사 참석자 명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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