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금, 부동산서 주식으로 대이동…7월 해외 증권투자 순유출 사상 최대

홍콩증시 순매수, 179조원 달해
상하이지수, 10년 만의 고점
해외 투자 규제 완화 등 효과
자산효과로 소비 진작 노림수

▲중국 투자자들이 주식에 초점을 맞추면서 주식 등 증권투자를 목적으로 한 자본 해외 순유출이 7월 583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전했다. 사진은 오성홍기와 함께 중국 위안화 지폐가 보인다. 사진출처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서 자금 대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장기 침체에 빠진 부동산 대신 주식이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면서 7월 주식 등 증권투자를 통해 해외로 빠져나간 자본도 역대 최대치에 달했다.

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7월 해외 증권투자 순유출액이 전달보다 10배 급증한 583억 달러(약 81조 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수치는 2010년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치다.

유출 자금이 향하는 대표적 창구는 홍콩 주식시장이다. 상하이증시와 홍콩증시 교차거래인 후강퉁, 선전과 홍콩을 연결한 선강퉁 데이터를 보면 올 들어 중국 본토 투자자들은 이미 1조 홍콩달러(약 179조 원) 가까이 홍콩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는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 연간 기록을 20%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힘입어 홍콩증시 항셍지수는 연초 대비 20% 급등하면서, 상승률이 10%를 밑도는 일본 닛케이225지수나 미국 다우지수를 크게 앞섰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부상에 힘입어 홍콩증시에 상장된 대형 기술주가 상승장을 이끌고 있다.

중국 본토 증시도 활황을 보인다. 상하이 종합지수는 최근 2015년 8월 이후 10년 만의 고점을 기록했다.

부동산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당국이 투자자들의 자산 다변화를 위해 국내·외 증권 투자 문턱을 낮춘 것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중국은 그동안 위안화 환율 안정을 위해 엄격한 자본 규제를 시행해 국내 은행과 자산운용사가 외국 주식 및 채권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없도록 했다. 일정 조건을 갖춘 ‘적격 국내 기관 투자자(QDII)에 한해 할당된 투자 한도 내에서 해외투자를 허용해 왔다.

그런데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이 6월 해외투자 한도를 2% 늘렸다. 미국과의 관세 분쟁이 일시적으로 완화되고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매도 움직임이 진정되자 해외 투자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중국 내부적으로는 보험사의 주식 매입 요건 완화(5월)와 국채 이자소득 비과세 종료(8월) 등이 자금 흐름을 바꿨다.

정부가 증시 활성화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자산효과를 통한 소비 진작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집값 상승이 소비를 지탱했다면 이제는 주식시장이 그 역할을 대신하기를 기대하는 셈이다.

최근 중국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자산의 가치가 줄어들자 중국인들의 저축성향이 강화됐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은행 예금과 대출의 차액인 예대 격차는 7월 말 기준 52조 위안(약 1경168조 원)으로 사상 최대를 찍었다.

다만 증시 부양책이 만능은 아니라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해외투자가 늘면 위안화 약세 전망이 강해질 수 있고 이는 다시 자본 유출 압력을 부른다. 중국 본토 증시는 개인 비중이 높고 투자자층이 두터운 편도 아니다. 자칫하면 상승기엔 과열, 하락기엔 투매가 반복되는 양상으로 전개되기 쉽다.

자산시장 과열이 경기 회복으로 곧장 이어지긴 어렵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즈호리서치앤드테크놀로지의 츠키오카 나오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실물경제는 여전히 수요 부족 상태”라고 지적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