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대표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의 전세가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매매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전세가는 정체되면서 매매와 전세 간 가격 괴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과도한 격차는 '거품' 신호로 볼 수 있는 만큼 시장 과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내놓고 있다.
2일 KB부동산 통계를 집계한 결과 올해 8월 기준 서울 강남구의 전세가율은 38.67%로 KB부동산이 자치구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4월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강남구 외에도 서초구(43.01%), 송파구(41.24%)도 모두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강남3구 전 지역에서 사상 최저 전세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강북의 핵심 지역으로 꼽히는 ‘마용성’도 사정은 비슷하다. 성동구는 47.31%, 용산구는 41.59%, 마포구는 51.5%를 기록해 세 자치구 모두 전세가율이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전세가율 하락세는 올해 들어 더욱 뚜렷하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강남구는 3.54%포인트(p), 송파구 3.61%p, 서초구 3.67%p 하락했다. 성동구(-4.56%p), 마포구(-3.35%p), 용산구(-2.04%p)도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이처럼 서울 핵심지역의 전세가율이 낮아진 데는 전세가격의 상승세 대비 매매가격이 오르는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이다. 전세가율은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을 의미하며 이 수치가 낮을수록 전세 대비 매매가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이들 지역의 매매가격 상승률은 전셋값을 월등히 앞지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송파구 아파트값은 12.45% 상승한 반면 전셋값은 4.40% 오르는 데 그쳤다. 서초구의 경우 같은 기간 매매가가 9.87% 올랐지만 전세가격은 오히려 1.14% 하락했다. 성동구도 매매가가 9.53% 상승한 반면 전세가격은 0.46% 상승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강남3구와 마용성의 전세가율 하락 배경으로 △‘똘똘한 한 채’ 수요 집중에 따른 매매가 상승 △고금리에 따른 반전세·월세 전환 확대 △초고가 아파트 비중 증가 등을 꼽는다. 이로 인해 전셋값 상승폭이 제한되며 전세가율 하락을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연구위원은 “강남이나 마용성처럼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은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자산가들의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곳”이라며 “최근에는 고금리 영향으로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하고 고가 단지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전세가격은 상대적으로 정체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도한 전세가율 하락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세가격이 현재의 체감 가치라면 매매가격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인 만큼, 양자 간 괴리가 지나치게 벌어질 경우 시장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매매가만 과도하게 오른 구조가 반복된다면 일시적 과열을 넘어 ‘거품’ 신호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위원은 “보통 전세가율이 50%를 밑돌면 매매가격이 전세에 비해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데, 지금처럼 전세가율이 30~40%대까지 내려간 상황은 시장 내에서 가격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이런 식의 괴리가 장기간 지속되면 일종의 과열 신호로 작용할 수 있어 경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