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데헌은 K팝 스타들이 노래를 통해 악령들을 무찌르는 이야기로, 한국 대중문화와 무속신앙이 어우러진 세계관으로 구성됐다. 컵라면과 김밥 등 한식을 소파 앞 테이블에서 앉아서 먹고, 한의원에서 한약을 짓고, 수건으로 ‘양머리’를 하며 찜질방을 즐기는 모습 등 한국 특유의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과거 한국 문화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때는 주로 서구권 세계관에 한국적 소재를 첨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케데헌은 한국 문화를 세계관의 핵심 서사로 삼아 글로벌 관객을 사로잡았다.
케데헌의 흥행은 전 세계 소비자들이 한국 문화에 관한 관심을 높이는 동시에 한국식 소비를 공유하는 기폭제가 됐다. 특히 영화 속 주인공들이 김밥을 자르지 않고 통째로 먹는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숏폼 플랫폼 등에서 ‘김밥 한입 먹기 챌린지’가 유행 중이다.
이런 현상에 부응해 CJ제일제당, 풀무원 등이 제조한 냉동김밥 수출도 급증세다. 농심의 케데헌 스페셜 협업 컵라면은 출시 1분40초 만에 6000개가 완판됐다. 인바운드 관광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에 따르면 6월 20일부터 7월 19일까지 대중목욕탕 관련 외국인 관광객 거래액이 전월 동기 대비 84% 폭증했다.
이러한 인기를 온전히 케데헌 덕분이라고 하기엔 무리다. 이미 세계 곳곳에선 K푸드와 K뷰티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김치와 비빔밥이 뉴욕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퓨전 요리의 기본 재료로 활용되고, 한국 화장품은 ‘뷰티 대국’ 프랑스의 콧대를 누르는 중이다.
그동안 K푸드와 K뷰티의 확산은 제품 소비에서 그친 게 사실이다. 특정 브랜드와 제품은 그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회사가 마케팅 비용을 써야만 한다. 하지만 문화로 접한 콘텐츠는 다르다. 한 번 확산하면 사람의 깊은 내면에 침투해 자연스럽게 오랜 시간 머무른다.
케데헌이란 성공 모델은 한국 기업이 소재 제공자를 넘어 고유한 IP를 기획하고 개발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를 기점으로 한국 기업이 만든 K콘텐츠가 새로운 도약기를 맞아 더욱 승승장구하길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