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경 사회경제부 차장

최근 검찰 인사 뒤 이동하게 된 몇 사람과 이별 자리를 함께 하면서 들은 말이다. 추석 연휴 전까지 검찰 해체 법안을 국회 통과시킨다는 더불어민주당 방침이 나온 터라 화두는 자연스럽게 ‘검찰 개혁’으로 흘렀다.
한 줄 평에 다들 웃었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월급마저 줄어들면 참을 수 없다는 속내가 느껴진다. 밀린 임금도 지급된다는 대(大)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되레 임금 삭감을 당한다면 억울하겠다는 측은지심이 든다.
중대범죄수사청에서 근무하게 되면 검사가 아닌 ‘수사관’ 명칭을 쓴다고 한다. 그러면 봉급 수준까지 수사관 처우에 맞춰지게 되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호칭만 다를 뿐 임금 및 예우는 기존 검사 때와 동일하게 유지된다면 검사 출신과 하위직부터 시작한 수사관 사이 신분 차별은 법 제정 취지에 맞지 않게 존치되는 셈이다.
다른 얘기이기는 하나 기업 인수합병(M&A)을 결정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경영상 판단 기준은 ‘시너지 효과’다. 우선 양사가 덩치를 합치는 물리적 합병에 이어 최종적으로 화학적 합병까지 완성해내야 시너지가 발생한다.
피인수 기업은 다니던 회사가 사라지니 직원들 소속감이나 애사심이 떨어지게 된다. 경쟁사끼리 만났으니 서로 어색한 건 당연하다. 각사 달랐던 임금‧복지 차이를 통합하다 노사 충돌이 벌어져 화학적 결합에 실패한 M&A 사례가 부지기수다.
검찰 개혁 역시 검사들 입장에선 다니던 직장이 없어지니 신(新) 제도가 성공하려면, 공소청이든 중수청이든 소속 검사들이 새로 탄생한 조직과 화학적으로 결합해야 안착할 수 있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1808년 나폴레옹은 형사소송법을 개혁하면서 기소권자인 검사에게 직접수사권을 주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프랑스 법률가들은 “기관 성격상 검사는 소추권을 가진 당사자로서, 그가 수사를 시행하면 정의에 어긋난다”며 거부했다.
1954년 1월 9일 서울 태평로 부민관(현 서울시의회 건물)에서 ‘형소법 초안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검사 출신 엄상섭 의원은 “검찰이 범죄 수사 주체가 된다면 기소권만 가지고도 강력한 기관인데 수사 권한까지 더하게 되니 조만간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방향이 좋겠다”라고 제안했다.
엄 의원 지적에 한격만 당시 검찰총장은 ‘시기상조론’을 꺼냈다. “수사는 경찰에 맡기고 검사에게는 기소권만 주자는 이론은 법리상 타당하다. 하지만 앞으로 100년 후라면 모를까 검사에 수사권을 주는 게 옳다.”
강점기 일본 앞잡이 던 ‘순사’가 건재한 경찰에 수사권을 줄 수 없단 애국 논리는 친일파 청산과 독립 정신을 등에 업고 민족 지지를 받았다. 한국전쟁 참화조차 여전한데다 특히 시기적으로 해방된 지 10년이 채 안 돼 일제 잔재가 남은 시점이라 설득력이 컸다. 우리나라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인정받게 된 배경에는 역사적 고유성이 깔려있다.
71년 만에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국가수사위원회 신설 등을 골자로 한 입법 공청회 및 청문회가 4~5일 연이틀 개최된다. 나폴레옹 점령군처럼 국회에 들어가 “나를 따르라” 하지만 말고, 두루 잘 듣길 바란다. 시너지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인수 기업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사들인 보람은 사라지고 ‘승자의 저주’에 빠져 모기업에 유동성 위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괜한 걱정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고 불편하다는 불평불만들이 쌓이면 ‘권불 5년’이란 표현이 있듯 5년이 지나 복고풍이 불 수 있다. 새 것이 마음에 안 들면 옛 것을 그리워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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