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생각했다면 요즘 잘파세대를 잘 모르는 겁니다. 트렌드는 X(옛 트위터), 소통은 인스타그램, 그리고 '기록'은 네이버 블로그가 담당하게 된 지 오래인데요. 이른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삼국 시대라고 할까요. 각각의 용도에 맞게 SNS를 따로 쓰는 일상이 자리 잡은 요즘이죠.
그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네이버 블로그입니다. 네이버 블로그는 한때 '구식' 취급을 받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당연합니다. 출시 시기가 무려 2003년인 '원조 SNS'이기 때문이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떠오르면서 비주얼 중심의 화려함, 실시간 소통에 밀려 블로그는 뒷전으로 밀려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예상 밖의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기록 욕구에 불이 붙으면서 네이버 블로그가 다시 부상한 건데요. 이 열기에 장작이 된 건 네이버 블로그의 '챌린지'였습니다. 미션에 성공하면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전개한 거죠.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만큼 국민적(?) 분노도 자아낸 바 있는 블챌(블로그 챌린지), 곧 다시 시작됩니다.

시간이 흘러도 '기록'에 대한 욕구는 항상 중심을 차지해왔습니다. 천리안, 하이텔 같은 PC통신 동호회, 아이러브스쿨 등 커뮤니티가 인맥을 온라인으로 옮기던 1990년대 후반, 사람들은 이미 온라인상에서 '나를 기록한다'는 행위를 시작하고 있었죠.
혁신은 2000년대 초반 싸이월드가 해냈습니다. 1999년 설립된 싸이월드는 2001년 미니홈피로 한국의 1세대 SNS의 전성기를 열었는데요. '도토리'로 아이템을 사 미니홈피를 예쁘게 꾸미고 배경음악도 설정했죠.
불과 2년 뒤인 2003년 등장한 네이버 블로그는 싸이월드와는 또 결이 달랐습니다. 검색과 기록 중심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고, 개인의 일상·취미·정보를 차곡차곡 쌓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했습니다. 당시 10대부터 40대까지 아우르는 '국민 블로그 세대'가 형성된 것도 이때였죠.
그러나 싸이월드, 네이버 블로그는 급격히 설 자리가 줄어들었습니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글로벌 SNS가 영향력을 빠르게 확장한 건데요. 2008년 이후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은 한국 시장까지 단번에 휩쓸었습니다. 페이스북은 친구, 실명 기반의 네트워크로 한국 특유의 인맥, 동창 문화와 자연스럽게 결합하며 '진짜 소통'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죠. 수많은 커뮤니티도 개설됐고 소통뿐만 아니라 재미와 정보까지 잡으면서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트위터는 짧고 빠른 메시지가 핵심이었습니다. 유행과 각종 사건이 급속도로 퍼졌고 관심사와 사회적 의제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인기를 끌었죠. 인스타그램은 비주얼 중심의 접근법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는데요. 즉각적이고 감각적인 콘텐츠 공유 욕구를 충족, 유명인·인플루언서 마케팅과 기업 채널의 확산도 빠르게 이뤄져 대중화됐죠.
모바일 중심 세대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싸이월드는 결국 힘을 잃었습니다. 서비스 하락세 끝에 2019년 서비스를 종료하기에 이르렀죠.(2022년에 이어 올해 하반기 두 번째 부활 시도를 꿈꾸고 있지만요.)
네이버 블로그는 달랐습니다. 네이버라는 포털과 연계된 만큼 방문자 유입이 보장된 탓도 있지만 유연한 대응도 한몫했는데요. 시대별로 사용자의 기록 습관이 바뀌는 데 따라 스마트에디터, 클립 등 새로운 기능을 꾸준히 도입했고, 이벤트까지 개최하면서 수많은 이용자와 소통했습니다.
특히 '일상을 느리더라도 솔직하게 기록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었는데요. 화려하게 꾸며야 하는 인스타그램, 빠르게 던져야 하는 트위터와 달리 블로그는 글을 길게, 또 천천히 쓸 수 있습니다. 더 깊은 자기표현이 가능한 장으로 이용자들을 붙들 수 있었죠.

잘파세대는 하나의 SNS에만 '올인' 하지 않습니다. 필요할 때마다 그때그때 다른 SNS에 접속한다는 건데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월 발표한 '2024 소셜미디어 이용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령대가 낮을수록 이용 중인 SNS 개수가 많았고 세대별로 이용하는 서비스도 달랐습니다.
우선 2030세대에서는 인스타그램(20대 80.9%, 30대 70.7%)이 3위를 차지한 가운데, 5060세대에서는 밴드가 이용률 3위(50대 40.6%, 60대 31.1%)로 나타났고, 40대 이하 세대에서는 이용률이 낮은 카카오스토리가 상위 10개 서비스에 이름을 올렸죠.
특히 나스미디어의 '2024 NPR 타겟 리포트 10대'는 10대 여성의 SNS 이용 방법이 남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했는데요. 10대 남성과 마찬가지로 SNS 중 인스타그램을 가장 많이 이용하지만 X, 틱톡, 핀터레스트와 같은 서비스를 타 연령 대비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타 연령이 인스타그램에서 주로 이용하는 기능이 홈피드에 집중됐다면 10대 여성은 탐색, 스토리 등으로 분산됐는데요. 인스타그램에서도 지인 게시글 확인, 흥미 있는 콘텐츠 소비, 인플루언서 게시글 확인, 관심 분야 정보 확인, 제품·서비스 후기 탐색 등 타 연령 대비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죠.
짧고 중독성 강한 숏폼은 틱톡에서, 최신 밈과 트렌드는 X에서, 소통과 일상 공유는 인스타그램에서 하는 요즘인데요. 감성적인 사진의 아이디어는 핀터레스트에서 얻고, 우리나라와 비슷한 듯 또 다른 뷰티·패션 트렌드는 샤오홍슈 서핑을 통해 확인하는 경향도 나타나죠. 여기에 긴 글과 차분한 기록, 취향 저장은 네이버 블로그 차지입니다. 이른바 SNS 분업 시대랄까요.
인스타그램은 사진이나 영상 등 비주얼 콘텐츠 중심입니다. 무심함마저 연출되기 십상인데요. 덧붙이는 글이 길어지면 '더 보기'를 눌러야 텍스트가 보이는 만큼, 긴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반면 블로그는 비교적 길고 솔직한 글을 올려도 어색하지 않죠. 하루, 혹은 한 주 일기를 블로그에 게재하는 1020세대는 숱합니다. 네이버 플레이스 기능까지 있으니 맛집을 소개하기도 간편하고 각종 글감 거리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책과 인생 영화를 기록하기에도 적합합니다. 취향을 아카이빙하는 공간이 된 셈이죠.
빠르고 화려한 SNS의 매력과 달리 블로그는 오히려 차분하고 감성적인 기록 공간이라는 역설적 매력이 부각된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텍스트 중심의 블로그가 지금 다시 '힙'하게 소비되는 배경입니다.

여기에 이벤트로 사용까지 독려하니 네이버 블로그의 인기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의 챌린지는 사용자들의 꾸준한 방문과 콘텐츠 생산 등 블로그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참여형 이벤트입니다. 첫 시작은 2021년 5월 진행한 '오늘일기 챌린지'였는데요. 2주간 매일 블로그에 글을 남긴 이용자들에게 1만6000원의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지급한다고 밝혀 큰 화제를 모은 바 있죠.
그러나 당시 네이버 블로그는 3일 만에 이벤트를 조기 종료, 참여자들의 분노를 자아냈습니다. 성의 없는 게시물이나 여러 아이디로 동일 내용을 복사, 붙여놓기 하는 등 어뷰징 게시물이 많았다는 이유였는데요. 이용자들의 비판이 속출하자 사과문을 게재, 챌린지를 다시 진행하겠다고 설명하며 수습에 나섰죠. 보완을 거쳐 같은 달 말부터 11일간 '오늘일기 챌린지'를 재개했고 혜택 지급 기준을 충족한 참여자들은 네이버페이 포인트 5000원, 1만 원 등을 받았습니다.
이벤트는 이듬해인 2022년 6월 또 다시 시작됐습니다. '주간일기 챌린지'로 주 1회 월 4회의 글을 6개월 동안 이어가는 이벤트였는데요. 매일 글을 작성해야 했던 '오늘일기 챌린지'와 달리 매주 최소 하나의 포스팅만 작성하면 되기 때문에 참여 블로거들의 부담도 줄어들었죠. 잦은 횟수도, 거창한 분량도 아닌 '꾸준한 기록'에 초점을 맞춘 챌린지는 '갓생' 열풍과도 결이 맞아 떨어지면서 인기를 끌었죠.
2023년에는 여행, 맛집 등 방문 장소를 블로그에 기록하는 '체크인 챌린지'가, 지난해에는 사진 여러 장을 와르르 쏟아내는 '포토덤프 챌린지'가 진행됐습니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된 블로그 챌린지 참여자 중 80% 이상이 1030세대로 나타났는데요. 20대가 45%로 가장 많았고 30대 25%, 10대 10% 순이었죠.
올해도 네이버 블로그는 이 관심을 이어갑니다. 바로 다음 달 1일 새 챌린지를 오픈하는데요. 이름은 '왓츠인마이블로그 챌린지'! '왓츠 인 마이 백(What's in My Bag)' 트렌드를 차용, 자신의 블로그 속 콘텐츠를 뽐내는 챌린지입니다.
네이버 블로그팀에 따르면 "일상 속 '글감' 하나만 뽑아서 왓츠인마이블로그를 뽐내"주면 됩니다. 글감은 어제 본 영화가 될 수도, 내 인생 책이나 월별 소비 기록, 요즘 보는 프로그램이나 즐겨 듣는 음악이 될 수도 있죠.
이번 챌린지는 매주 1만 명이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받고, 완주 시 최대 100만 원의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데요. 이 외에도 쓰기만 해도 받을 수 있는 귀여운 스티커와 다양한 현물 상품들까지 준비돼 있습니다.
2021년 '오늘일기'의 시행착오를 거쳐 2022년 '주간일기', 2023년 '체크인', 2024년 '포토덤프'로 이어진 과정은 '꾸준한 기록'의 재미를 입증합니다. 이번 '왓츠인마이블로그 챌린지' 역시 그 연장선에서 직관적이고 트렌디한 방식으로 기록 문화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가볍게 올린 글로 나만의 취향을 공유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취미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죠.
이번 챌린지의 자세한 정보는 다음 달 1일 공개되는데요. 너도나도 공유할 취향과 일상이 벌써 궁금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