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코딩 짜고 관리 직급이 검수
상반기 IT 채용 2년 만에 반토막
美 선임 개발자는 연봉 50% 올라
숙련자 은퇴 이후 대체 인력 부족
“제일 후회하는 게 코딩 배운다고 회사 그만둔 거예요. 코딩을 배워야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큰 결심하고 직무 전환했는데 이제 코딩은 AI가 그냥 다 한다고 뽑지도 않네요”
29세 유 모씨는 ‘전 국민 코딩 공부’로 일명 ‘코딩 학원 붐’이 일었던 3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곧장 코딩 학원으로 향했다. 5개월 수강료가 약 800만 원에 달하는 국비 지원 개발자 양성 과정을 들으며 밤낮 할 것 없이 공부했다. 처음 듣는 용어도 많고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며 수업을 따라가기가 벅찼지만 ‘코딩을 할 줄 알면 기업에서 모셔간다’는 말만 믿으며 코딩 공부에 매진했다.
그러나 유 모씨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코딩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갖지 못했다고 토로한다. 그는 “코딩 공부를 끝내고 나니까 코로나 부메랑 여파로 IT 기업들이 채용을 줄였다고 했다가 이제는 또 AI가 코딩은 다 할 줄 안다면서 아예 일반 개발자는 뽑지도 않는 추세”라며 “결국 인턴과 계약직으로만 몇 번 일했는데 처음에 꿈꾸던 고연봉과 안정적인 일자리는 어디 간 걸까 허무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일은 유 모씨만의 일은 아니다. 채용 플랫폼 진학사 '캐치'에 따르면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의 개발직군 채용 공고 수는 2023년 상반기 995건에서 올해 상반기 564건으로 43% 급감했다. 올해 전체 IT직군 채용에서 신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4.4%에 불과했다. 기본적인 숙련도를 지닌 개발자의 채용은 가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주니어 개발자가 직접 코드를 짜고 시니어 개발자가 검수를 하는 구조였는데 요즘에는 생성형 AI가 기본적인 코딩은 할 줄 알다 보니 관리자급에서 혼자 여러 생성형 AI를 돌리고 검수하며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도 신입 개발자의 일자리 감소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스탠포드 경제학자들은 논문에서 생성형 AI가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쉬이 자동화하며 미국 젊은 구직자들의 취업이 크게 제한되고 있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22~25살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수는 정점을 찍었던 2022년 말 대비 지난달 20% 가량 줄어들었다.
반면 최상위급 수준의 개발 능력을 보유한 이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오르는 상황이다. 클라우드·데이터·AI 인재 채용 전문업체 해리슨클라크에 따르면 AI 엔지니어의 일반적인 빅테크 보수 패키지 즉 연봉과 스톡옵션, 보너스 등을 포함한 보수 수준은 300만∼700만 달러(최대 약 100억 원)로 2022년 대비 50%나 올랐다. 최고 수준 AI 전문가의 보수는 1000만 달러(약 136억 원)도 넘는다.
스탠포드 경제학자들은 경력이 쌓인 직원들은 그동안 직무를 수행하며 획득한 자동화하기 어려운 기량을 보유했기 때문에 AI의 충격으로부터 안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령 선임 소프트웨어 개발자 가진 비(非)개발자들과 협업하며 회사가 필요한 제품을 내놓는 역량 등이 자동화로 대체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러한 직무 구조가 AI 시대에 잠재적인 노동 시장의 역설을 낳는다는 점이다. 자동화하기 어려운 역량을 기를 유일한 방법은 AI가 이미 대체한 업무를 수행하며 기르는 것이라면 현재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가가 은퇴한 뒤에는 이 자리를 대체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