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디지털 혁신 주도…업계 '트렌드 메이커' 부상
악재 속 실적 방어, 그룹 내 비은행 핵심 자리매김

구본욱 KB손해보험 사장은 1994년 럭키화재(현 KB손보)로 입사한 정통 보험맨이다. 충남고와 연세대를 졸업한 구 사장은 경리부에서 시작해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15년 KB금융그룹 편입 이후 첫 내부 출신 대표이사로 선임된 그는 조직 안팎에서 ‘믿을 수 있는 보험 최고경영자(CEO)’라는 평가를 받으며 성장을 이끌어오고 있다.
취임 2년 차를 맞은 구 사장은 올해를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디자인하는 원년’으로 규정하고 여섯 가지 경영 어젠다를 제시했다. 구 사장이 꼽은 핵심은 성공의 도미노 문화, 변화와 혁신의 일상화, 고객 중심 실행체계 조기 완성, 미래 성장동력 확보, 리더십 조직문화 변화관리 지속, 변화 공감대 형성 및 제도적 장치 보완이다. 이는 그가 올해 시무식에서 강조한 ‘손해보험의 명작, 손해보험의 스탠다드’ 재도약을 이끌 핵심 동력이다.
구 사장의 경영 철학 가운데 가장 큰 축은 ‘고객’이다. 올해 초 열린 ‘고객중심경영 실천 다짐 발대식’에서는 임원과 부서장들이 고객중심 선언문을 낭독하며 경영진부터 실질적인 변화를 약속했다. 고객 패널 제도인 ‘KB희망서포터즈’는 19기까지 이어지며 950여 건의 제안을 실제 제도 개선에 반영했다.
고객 언어 개선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KB손보 애플리케이션(앱) 내 ‘구비서류’라는 표현을 ‘필요한 서류’로 바꾸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언어 혁신도 추진 중이다. 이러한 노력은 지난해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서 업계 유일 상품판매 부문 ‘양호’ 등급으로 이어지며 구호가 아닌 성과로 입증됐다.
상품 전략에서도 구 사장의 고객 중심 철학은 드러난다. KB손보는 구 사장 취임 후 고지 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표준체 고객과 유병자 고객을 건강상태에 맞게 세분화한 ‘KB 5.10.10 플러스 건강보험’, ‘KB 3.10.10 슬기로운 간편건강보험’을 연이어 내놨다.
올해 5월과 8월에는 각각 초경증 유병자 전용 ‘KB 탑클래스 3.N.5’, 만성질환이 없는 시니어 유병자를 겨냥한 ‘KB 고당지(고혈압ㆍ당뇨ㆍ고지혈증) 맞춤 간편건강보험’을 출시하는 등 고객 분석 세분화를 확대하며 고객 니즈를 정교하게 반영했다. 이같은 KB손보의 시도는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며 ‘트렌드 메이커’로서 위상을 굳혔다.
디지털 전환도 구 사장이 직접 챙기는 과제다. 그는 취임 후 첫 경영전략회의에서 “디지털 퍼스트의 선구자가 되어야 한다”며 디지털혁신을 강조한 바 있다. KB손보는 2023년 업계 최초로 대표 앱과 다이렉트 앱을 통합해 보험 가입과 청구, 보험계약 및 자산 관리까지 단일 플랫폼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16개월간의 준비 끝에 지난해 오픈한 ‘K-Best 차세대 시스템’은 맞춤형 보험 설계와 심사, 관리, 지급까지 전 과정에서 한 차원 높은 디지털화를 가능하게 했다.
구 사장의 경영 기법은 성과로 이어졌다. 2025년 상반기 KB손보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55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 줄었지만 대형 산불·독감 유행·자동차보험료 인하 등 악재 속에서도 국내 5대 손보사 가운데 가장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금융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5000억 원 이상의 순익을 거두며 최대 실적을 냈다. 그룹 전체 실적 기여도는 16.2%로 KB국민은행을 제외하면 가장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