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무역수지 '아이러니'⋯서로 "적자"라는 까닭은

중국 무역에 홍콩 포함하면 韓 흑자

▲중국 상하이 컨테이너 터미널에 수출을 위한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상하이/AP연합뉴스)

“중국은 대(對)한국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353억 달러의 적자를 봤다. 이 적자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25일 베이징 둥청구 상무부 청사에서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한국 특사단을 만나 한 발언이다.

우리나라가 대중국 무역에서 2023년부터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것과는 매우 상반된 발언이다. 이 같은 역설적인 상황에는 '홍콩'이라는 제3의 변수와 양국 간의 상이한 통계 집계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는 69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181억 달러 적자)에 이어 2년 연속 무역 적자다.

우리나라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0여 년간 이어져 오던 흑자 기조가 2023년에 처음으로 연간 적자로 전환됐다.

반대로 중국은 자국 통계상 우리나라에 대해 매년 꾸준히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쪽은 적자라고 하는데, 다른 한쪽도 적자라는 역설적인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 착시의 가장 큰 원인은 홍콩을 경유하는 중계무역 때문이다. 한국이 홍콩으로 수출하는 반도체, 화장품, 정밀기기 등 막대한 양의 상품은 최종적으로 중국 본토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통계 기준에는 이 물량이 '대홍콩 수출'로 기록된다. 2024년 기준으로 한국은 홍콩에서 약 328억 달러 무역 흑자를 거뒀다.

대중국 무역에서 홍콩을 포함시키면 지난해 한국의 실질적인 대중국 무역수지는 우리 기준으로 268억4000만 달러 흑자다. 이는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의 353억 달러 적자 발언과 어느정도 근접한 수치다.

홍콩 변수 외에도 수출입 가격을 책정하는 기준의 차이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수출액은 화물을 배에 싣는 시점의 가격(FOB)으로 계산되는 반면, 중국의 수입액은 목적지에 도착해 운임과 보험료가 포함된 가격(CIF)으로 계산된다.

이로 인해 같은 거래라도 중국 측의 수입액이 한국의 수출액보다 더 크게 잡히는 구조적 차이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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