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발행사까지 직접 챙기는 '현장형' 리더십
"중요한 건 승인률 아닌 완주"
NH證 심사 DB·현장 대응력에 18년 글로벌 커리어 접목

올해 초 NH투자증권 ECM(주식자본시장)본부를 맡은 최강원 본부장이 반년 남짓한 기간 동안 하우스에 빠르게 안착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18년 가까이 홍콩·중국에서 커리어를 쌓은 '글로벌형' 리더가 국내 기업공개(IPO) 최전선에 맞을까란 의구심도 있었지만, 최근 실적과 딜(거래) 진행력으로 분위기를 뒤집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시 변수가 수시로 바뀌는 가운데, 해외 현장감과 발행사 밀착 소통을 겸비한 리더십이 하우스 차별화를 이끌고 있다.
최 본부장의 가장 큰 강점은 '소통 능력'이다. 20여 년 영업현장에서 다진 감각으로 직접 현장을 누비며 고객사를 만난다. 주관사 역량을 가르는 핵심 자산이 결국 고객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NH투자증권 IPO 하우스는 전통적으로 튼튼하고 직원들 능력치도 이미 충분해 부임 후 특별히 바꿀 부분은 없었다"며 "다만 승인률이 아니라 책임감을 우선하는 태도를 심어주기 위해 솔선수범하고 있다"고 26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소통 방식은 명확하다. 고객사를 직접 찾고, '40분 듣고 20분 답하는' 패턴이다. 미팅에는 실무 RM(영업역)과 PM(실행역)과 함께하며 '듣는 법'을 체득하게 한다. 그는 "주관사는 IPO에 있어서 창구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한데, 하우스 본부장 얼굴도 보지 못했다고 말하는 기업들이 많다"며 "기본적으로 갖춘 소통 역량과 직책이 주는 무게를 최대한 잘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소통에 능한 본부장 덕에 하우스 분위기도 한층 수평적으로 바뀌었다.
소통만큼이나 책임감도 중시한다. 직원들에게 맡은 고객은 끝까지 책임지라는 원칙을 강조한다. 우선순위 역시 '현재 고객→과거 고객→잠재 고객' 순으로 정리한다. 그가 본부장으로 내세운 성과지표가 승인률이 아닌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 본부장은 "상장 건수나 승인률을 높이려면 소위 '되는 딜'만 고르면 되지만,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대부분 기업은 난이도가 높다"며 "승인률에만 집중하면 주관사가 보수적으로 접근하게 되고, 이는 발행사에 독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주관 계약 단계부터 신중히 접근하고, 한번 주관을 맡으면 무조건 상장까지 책임지는 자세로 임한다는 설명이다.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대목은 주관사 변경과 계약 파기다. 이에 작은 기업일수록 더 자주 만나 '서운함'을 사전에 해소한다. 그는 "업계에서 주관사 변경이나 계약 파기가 적지 않은데, 소외됐다는 불만이 쌓이면 그런 일이 생긴다"며 "고객사가 갖고 있는 어떤 형태의 서운함이라도 풀어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리그테이블 1위가 목표는 아니다"라며 "'NH투자증권은 끝까지 함께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연간 15~20건의 IPO 완주도 다짐했다.
밸류에이션 산정 원칙도 분명하다. 제안 단계에서 산업 분석과 피어그룹을 고정하고, 딜이 본궤도에 오른 뒤에는 가능하면 피어그룹을 바꾸지 않는다. 시장 상황과 사업 계획의 현실화를 근거로 합리적으로 협상하면서 '초기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것'을 중시한다. 발행사 입장에선 뒤늦은 기준 변경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투자자 입장에선 공모가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대목이다.
NH투자증권 강점으로 그는 심사·거래소 대응 데이터베이스를 첫손에 꼽는다. 내부통제 이슈, 합병 구조, 기술특례 등 난이도 높은 딜을 다수 경험하며 축적된 대응 노하우가 하우스 역량의 뼈대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최 본부장의 18년 글로벌 커리어를 접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 심화, 금리 및 환율 등 거시 이슈를 딜 전략에 반영하고, 상장 마케팅 단계에서는 홍콩·싱가포르 중심의 해외 세일즈에도 동행한다. 그는 "IPO 업무 공백이 길어 앞으로 많이 배워야겠지만, 쉽게 습득할 수 없는 글로벌 경험치는 누구보다 크다"며 "기업들이 확장성을 생각하면 해외 진출은 기본인 만큼, 중국과 홍콩, 동남아 시장을 커버했던 경험과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약 1년 만에 'NH스팩제32호'를 출범시키며 스팩 시장에서도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최 본부장은 스팩을 '자금조달이 급한 기업보다는, 상장 마케팅과 지위 제고가 필요한 기업에 맞춘 트랙'으로 정의한다. 이에 애초 타깃 업종과 합병 후보군을 상정해 1년 안팎의 완주를 전제하고 설계한다. 스팩을 소극적 대안이 아니라 능동적 전략 풀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다.
올해 NH투자증권은 미중 갈등의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섹터를 관심있게 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축으로 조방원(조선·방산·원전)은 물론, K-뷰티·K-팝 등 엔터 및 소비 산업과 로보틱스까지 폭넓게 주목한다. 상반기 성과가 나쁘지 않았던 테마를 기반으로 하반기에도 기업들의 IPO 완주를 이끌어낼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