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조선 협력 펀드 통한 7조 원 현지 투자 계획 발표
필리조선소 상선 건조 착수…함정 건조까지 추진
“현지화·분업 병행해 공급망 안전성 확보해야”

한화그룹이 미국 필리조선소에 50억 달러(약 7조 원)를 투자한다. 한미 조선 협력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접어들면서, 한미 협력이 상선 건조와 군함 유지·보수·정비(MRO)를 넘어 군함 건조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화는 26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국가안보 다목적 선박(NSMV) ‘스테이트 오브 메인(State of Maine)’호 명명식에서 이러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재원은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의 ‘지렛대’ 역할을 했던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 협력 펀드다.
작년 말 한화가 인수한 필리조선소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적 거점으로 떠올랐지만, 미국 조선업이 쇠락함에 따라 현재 연간 선박 건조 능력은 1~1.5척에 그친다. 이번 투자를 통해 도크 2기와 안벽 3개를 추가 확보하고, 12만 평 규모의 블록 생산기지를 신설해 생산능력을 연간 20척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한화오션의 자동화 설비와 스마트 야드, 안전 시스템 등을 도입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건조하고, 함정 블록·모듈 공급을 넘어 함정 건조까지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전략은 전날 정상회담에서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도 맞닿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조선업이 상당히 쇠락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구매해야 한다”며 “한국과 협력을 통해 미국에서 선박이 다시 건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선 협력이 상선을 넘어 군함 건조 역량 정상화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투자를 넘어 국내 조선사들에는 새로운 수요 창출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현지에서는 상선 건조가 본격화되고 있다. 한화해운은 이날 필리조선소에 중형 유조선 10척과 LNG운반선 1척을 발주했다. 필리조선소는 지난달에도 한화해운으로부터 LNG운반선을 수주했는데, 미국 조선사로서는 50년 만의 첫 LNG선 수주였다. 이번 LNG선은 당시 체결한 옵션 계약분이다. 중형 유조선은 필리조선소가 단독으로, LNG선은 국내 한화오션과 공동 건조로 진행된다.
미 해군 함정 MRO 사업도 한미 협력의 핵심으로 꼽힌다. 향후 군함 신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미국은 2054년까지 군함 364척을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자국 내 생산 능력이 턱없이 부족해 동맹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 동맹국 중 함정 건조 경험과 비용·납기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국가는 한국과 일본이 사실상 유일하다.
조선업계는 MRO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미 해군과의 신뢰를 확보한 뒤 장기적으로 함정 신조 시장에 진출하고, 이를 위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정상회담 기간 미국 비거 마린 그룹과 해군 지원함 MRO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비거 마린은 군함 유지보수와 현대화, 특수임무용 선박 MRO 전문 조선사다. 향후 미국 내 공동 건조를 위한 파트너 조선소 확보도 검토한다. HD현대도 서버러스 캐피탈·산업은행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공동 투자 프로그램 MOU를 맺고 현지 조선소 인수 및 현대화, 기자재업체 투자, 첨단 기술 개발까지 포괄하는 투자 구상을 밝혔다.
삼정KPMG는 “이번 협력은 미국 조선 산업 보완과 동시에 한국 조선사의 매출 기반과 글로벌 공급망 입지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현지화와 분업을 병행해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는 한편 LNG·암모니아 추진선 등 친환경 선종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기술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