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인지 허들 낮추고, 비용도 절감
“너무 많은 제품이 막 나오는 것 같아 ‘진짜’ 가리기 어려워”

길어지는 내수 부진과 짧아지는 트렌드 주기 등으로 인해 국내 식품기업의 신제품 출시 전략도 ‘안전 지향적’ 현상이 뚜렷하다. 리스크를 감수하기에는 소비 트렌드가 너무 빠르게 변하다 보니 전에 없던 제형이나 맛을 선보이는 무리수를 지양하는 것. 대신 해외 인기 상품을 들여오거나 기존 인기 상품에 시기마다 인기가 있는 맛으로 변주를 줘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hy가 올해 2월 국내에 들여온 일본 프리미엄 디저트 ‘홋카이도 치즈 케이크 푸딩’과 ‘홋카이도 초코 케이크 푸딩’은 지난달 기준 누적 판매량 30만 개를 넘어섰다. 이달 출시한 일본 국민 탄산 음료, ‘후지야 레몬 스쿼시’는 국내에 선보인지 2주 만에 5만 개가 판매됐다.
경기 침체 속에서 고객 인지 허들을 낮추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안이다. hy 관계자는 “해외 인기 제품을 국내에 단독 소싱하면 제품의 시생산 과정 등이 생략되고 기존 제품의 인지도로 마케팅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면서 “해외 인기제품은 국내서 구하기 힘든 제품을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녹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GS25의 해외 직소싱 매출은 올해 들어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기도 했다. 1~7월 매출 신장률은 119.5%에 달했다.
기존 인기 상품에 변주를 주는 전략은 계속해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최근 말차맛이 유행하면서 나온 대표적인 제품이 남양유업의 ‘말차에몽’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초코에몽 브랜드의 신뢰와 말차 트렌드가 맞물려 출시 직후부터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며 “다양한 유통망으로 판매처를 확대해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농심의 메론킥(바나나킥)이나 와사비새우깡(새우깡), 오리온 초코파이 말차 쇼콜라맛 등도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제품들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트렌디한 제품은 시즌에 맞게 제품도 빨리 나오고 빨리 정리할 수도 있어야 한다”면서 “스테디셀러 브랜드가 있어야 이것도 가능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비교적 대규모 상품 개발 및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소비자 반응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전에 없던 제품을 만들려면 개발은 물론 라인 설비부터 추가 투자가 생긴다”면서 “장기 트렌드가 점차 사라지고, 선택지는 넓어지면서 연 매출 100억 원, 1000억 원 제품 개발은 쉽지 않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식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서는 변주를 준다고 해서 개발 비용이나 마케팅 비용이 적게 들지는 않는다”면서 “소비자들에게 더 잘 인식시키고, 트렌드를 빨리 맞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전략을 택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맛의 변주라도 신상품은 신상품인 만큼 관심이 간다는 반응이다. 활발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하는 20대 초반 김지현씨는 “인스타그램만 봐도 신상품이 나왔다고 하면 온통 도배되기도 하고 친구들끼리 ‘먹어 보고싶다’, ‘먹어봤냐’는 반응”이라며 “또 해외 못 가는 사람들은 아쉬우니 한국에 나오면 시도해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최서희씨도 “기존 충성고객들을 깔고 가면서 다양한 맛을 선보이는 거라고 해도 충분히 도전적이고 맛도 어느 정도 보장됐다고 생각한다”는 반응을 보였고, 평소 신제품 도전을 즐긴다는 33세 김희지씨도 “신상 과자 먹어보는 거 좋아하는데 ‘안전템’ 느낌이라 바로 사고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반면 공들이지 않은 느낌이란 평도 있다. 35세 홍석희씨는 “맛으로 변주를 준 제품들이 워낙 많이 나오니 막 만들어내는 느낌이라 손이 오히려 안 간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아영씨도 “다양한 맛이 나오는 것건 좋은데 이벤트성으로 반짝 나오는 맛들은 먹방 크리에이터나 틱톡커들을 겨냥한 듯도 해서 ‘진짜’ 제품을 가리기가 어려워진 듯하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