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스그룹의 금융경영연구소인 토스인사이트가 첫 번째 공식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새로운 금융인프라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토스인사이트는 26일 ‘스테이블코인: 새로운 금융 인프라의 부상’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민간 주체가 분산원장 상에서 발행하며, 준비금·담보·알고리즘을 통해 가치가 유지되고 결제 완결성을 지닌 디지털 토큰”으로 정의한다고 밝혔다. 이는 비트코인 등 일반 가상자산이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와는 차별화되는 개념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담보와 설계에 따라 법정화폐 담보형, 가상자산·실물자산 담보형, 알고리즘형으로 나뉘며, 현재 시장은 달러 기반 법정화폐 담보형이 98%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테더(USDT)와 서클(USDC) 두 종목이 시장 점유율의 90% 가까이 차지하며 사실상 지배적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2014년 출시 이후 가상자산 거래 단위로 출발했으나, 최근에는 탈중앙금융(DeFi)과 NFT 등 Web3 시장의 유동성 공급 수단, 신흥국 인플레이션 회피 수단, 국제송금·결제 등으로 활용도가 확대됐다. 토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2024년 이후 빠르게 증가해 올해 5월 기준 약 2380억 달러에 달한다.

산업 구조도 빠르게 확장되는 모습이다. 초기에는 거래소, 블록체인 네트워크 등 인프라 수준에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준비자산 관리, 규제·컴플라이언스 서비스, 온·오프램프 사업자 등 독자적인 가치사슬이 구축되며 전통 금융사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JP모건, 페이팔, 비자, 스트라이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인프라에 도입하거나 직접 발행하는 시도를 통해 실물경제와 연결짓고 있다.
그중에서도 대표 발행사인 테더와 서클은 대조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 테더는 규제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공격적인 준비금 운용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남미 등 규제 완화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반면, 서클은 철저한 규제 준수와 투명성을 기반으로 전통 금융권과의 가교 역할을 강화하며 USDC를 글로벌 결제 인프라로 확장 중이다.
이에 국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 금융시스템 효율성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시도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외환시장에서 엔화와 유로화조차 뚜렷한 입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비기축통화인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범용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을 부추겨 통화주권을 지킨다는 목표와는 반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외국환거래법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모니터링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 역시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환율 변동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거래가 늘어나면 외환시장을 거치지 않고도 송금과 결제가 가능해져 오히려 환율 변동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용자 보호 역시 핵심 과제로 지적된다. 코인런 발생 시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는 만큼, 발행사 투명성 확보와 규제 체계 정비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보고서는 결론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글로벌 금융 질서에 편입된 거대한 흐름으로, 단순히 가상자산을 규제하거나 막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금융 인프라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제도화가 시장 확대의 속도전으로 귀결돼서는 안 되며, △준비금 투명성 △이용자 보호 △규제 정합성 △국제 공조라는 네 가지 축을 균형 있게 맞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제언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논의할 때도 통화주권이라는 명분에만 기대기보다는 글로벌 달러 스테이블코인 의존 심화, 환율 관리, 외환규제 공백 같은 현실적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기훈 토스인사이트 연구소장은 “이번 연구는 향후 규제와 비즈니스 전략을 다룰 3부 시리즈의 기초 좌표를 그린 작업”이라며 “불확실성의 안개 속에서 합리적 길찾기를 위한 사실의 성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은 한국 경제에 기회이자 동시에 리스크일 수 있는 양면적 존재이며, 이를 제도적으로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