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첫 단추는 끼웠지만…대미 협상 ‘진짜 시험대’ 남았다

농산물 개방·방위비 증액 등 후속 협상 난제 산적

▲이연향(가운데) 미국 국무부 통역국장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통역하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무난히 마무리했다.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시험대로 여겨졌던 이번 회담은 잡음 없이 끝났지만, 관세 협상과 동맹 현대화 등 본질적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어 향후 협상력이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성공적인 정상회담” 평가…민감한 현안은 미뤄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이 공감대를 확인하고 이의 없이 끝났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감히 성공적인 정상회담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남북관계 대화 등이 언급됐지만, 관세와 방위비 분담 등 민감한 주제는 오르지 않았다.

회담 직전까지 조현 외교부 장관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급거 미국으로 향하면서 ‘이상기류’ 관측이 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통상 현안으로는 3천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와 농축산물 시장 개방, 안보 분야에선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 쟁점으로 거론됐지만, 본격 논의는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당신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 “스마트하다”는 표현을 반복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다만 관세 협상과 동맹 문제는 미국이 지속해서 요구해온 사안인 만큼 후속 협상에서 다시 테이블에 오를 수밖에 없다.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이 “미국에서는 시장 개방을 원한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APEC·김정은 카드…‘실용외교’ 가시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회담을 통해 이 대통령이 내세운 국익 중심 실용외교는 구호를 넘어 일정한 성과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올해 경주 APEC 참석에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낸 데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 추진 의사까지 끌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이) 만날 기회를 주겠다는 것인가”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 가능성까지 거론하자, 이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김 위원장과의 대화를 권유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메이커’, 자신을 ‘페이스메이커’로 비유한 것도 실용적 접근을 드러낸 대목이다.

그러나 이런 성과 역시 아직 제한적이다. 북한은 여전히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중국 역시 한미일 공조를 경계하는 기류가 강하다. 이 대통령이 “더는 안미경중(安美經中) 노선을 취할 수 없다”고 밝힌 발언에 대한 중국의 반응도 변수다.

◇‘협상의 기술’로 관계 설정…첫 관문은 통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정상회담의 또 다른 과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었다. 외교적 결례 논란을 무릅쓰고 압박 전술을 구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이 대통령은 특유의 친화력과 화술로 대응했다.

오벌오피스 인테리어 칭찬, 다우존스 지수 상승 언급, 트럼프 대통령의 ‘피스메이커’ 역할 강조 등으로 분위기를 풀었고,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권유하며 “북한에 트럼프월드도 하나 지어 달라. 나도 가서 골프를 치고 싶다”는 농담으로 웃음을 끌어냈다.

회담이 끝날 때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위대한 지도자다.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직접 전달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실무 협상·국내 정치 파장 주목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24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DC로 향하며 공군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회담은 일단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평가를 받지만, 전망은 녹록지 않다. 관세 협상과 방위비 분담,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미국이 반드시 후속 협상에서 거론할 의제들이다. 결국, 외교·통상 실무 라인에서 치열한 줄다리기가 불가피하다.

국내적으로도 여파는 크다. 대미 협상에서 농산물 개방이나 방위비 증액이 현실화될 경우 농민단체와 야당의 반발은 거셀 수밖에 없다. 반대로 ‘투자 확대’와 ‘동맹 안정’이라는 성과를 확실히 챙긴다면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실용외교 노선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예측 불허의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한 첫 방어전은 무난히 통과했지만, 앞으로 이어질 본게임에서 국익을 지켜내는 협상력이 이재명 외교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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