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선 팝업부터?
일본 '국민 아이돌'이 한국에 옵니다. 그러나 예상 밖의 행보인데요. 단독 콘서트를 여는 것도, 페스티벌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것도 아닙니다. 젠지들의 핫플레이스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하는 거죠.
뜻밖의 첫 한국 공식 행보를 택한 이들은 그룹 스노우맨(Snow Man)입니다. 이른바 '5대 돔'에서 투어를 돌고 스타디움급 공연도 성료, 국민 그룹 반열에 오른 아이돌그룹이라면 보통은 단독 공연 혹은 인기 페스티벌 무대로 한국 시장을 두드릴 것으로 예상할 겁니다. 그러나 이들은 콘서트도, 팬미팅도 아닌 팝업스토어를 열기로 해 눈길을 끌었죠.

스노우맨은 일본 유명 기획사 스타토 엔터테인먼트 소속 9인조 보이그룹입니다. 2020년 1월 지금의 멤버로 첫 싱글을 발매하며 가요계에 정식 데뷔했습니다.
현지에서의 인기는 뜨겁디뜨겁습니다. 데뷔 싱글 'D.D'는 발매 이후 약 18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는데요. 지금까지 발매한 모든 정규 앨범이 오리콘 앨범 차트 1위를 기록, 밀리언셀러를 달성하는 등 눈에 띄는 성적을 냈습니다.
상징적인 공연장 입성도 기록했는데요. 데뷔 후 첫 전국 투어에서 7개 도시, 32회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이들은 지난해 5대 돔 투어와 일본 국립경기장 및 닛산 스타디움 등 스타디움 투어까지 성사시키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닛산 스타디움은 수용 인원이 7만여 명에 달하는데요. 일본 자국 가수들에게도 '꿈의 무대'로 꼽히는 도쿄 돔의 수용 인원이 5만여 명 정도인 걸 고려하면 눈길을 끌죠.
버라이어티, 드라마, 광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다면적인 인기를 구축하며 '국민 그룹' 반열에 오른 이들은 이제 한국 시장을 노립니다. 다만 첫 한국 공식 활동으로 콘서트나 팬미팅이 아닌 팝업스토어를 선택했다는 점은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한국에서 팝업스토어는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닙니다. 특히 K팝 시장에선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실감 나게 구현하고 팬들이 직접 '경험'하며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통하는데요. 글로벌 인기를 구가하는 K팝 아이돌 그룹 역시 팝업을 활발히 전개합니다.
22일 정규 4집 '카르마(KARMA)'와 타이틀곡 '세리머니(CEREMONY)'를 발매하고 컴백한 그룹 스트레이 키즈는 다음 달 3일까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스트레이 키즈 카르마 팝업스토어(Stray Kids [KARMA] POP-UP STORE)'를 진행하는데요. 트레일러부터 올림픽, 월드컵처럼 전 세계인의 축제를 그룹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구축한 세계관을 선보이는 등 스포츠를 새 앨범 콘셉트 삼은 만큼 이를 오프라인 현장으로 고스란히 옮겨 놓은 게 특징입니다. 사격, 농구 등 여러 스포츠 게임을 즐길 수 있는가 하면 멤버들이 남긴 음성 메시지와 신곡을 들을 수 있는 청음존 등이 마련됐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오디오·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와도 손잡고 성수동에서 이색 팝업 '스포티파이 스테이디움(Spotify STAYdium)을 운영합니다. 이곳에서는 △스트레이 키즈가 데뷔 이래 걸어온 성장 과정 △스테이(팬덤명)와 함께 만든 추억 △스포티파이에서의 주요 성과 등을 전시한 ‘카르마 트랙(KARMA Track)’ 공간을 시작으로 '카르마' 세계관을 더욱 깊이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인터랙티브 프로그램, 각종 미션을 수행하고 이스터 에그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죠.
'젠지 아이콘' 엔시티 위시(NCT WISH)가 빠지면 서운합니다. 다음 달 2일부터 9일까지 미니 3집 '컬러(COLOR)' 프로모션 팝업 '파인드 유어 컬러(FIND YOUR COLOR)'를 성수동 2곳에서 운영하는데요. 이번 팝업은 타이틀처럼 공간마다 숨겨진 컬러 스탬프를 찾아 그림을 완성하는 체험형 콘텐츠를 비롯해 앨범 콘셉트를 재해석한 전시 공간으로 조성돼 있죠.
이들 사례만 보더라도 최근 K팝 관련 팝업은 단순한 굿즈 판매를 넘어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실감 나게 구현하고 팬들이 직접 참여하며 교감할 수 있는 몰입형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스노우맨 팝업 개최지 역시 핫한 성수동입니다. 성수동은 최근 수년간 국내외 브랜드의 플래그십 및 팝업 격전지로 떠오르며 브랜드 감도와 팬덤 열기를 동시에 증명하는 공간으로 인식되는데요. 스노우맨은 30일 복합문화공간 'XYZ SEOUL'에서 '한여름 속 한겨울'을 콘셉트로 한 팝업스토어를 오픈합니다. 계절감을 거스르는 신선한 테마엔 그룹의 매력과 고유의 콘셉트 해석이 담겼습니다.
특히 팝업은 멤버 개개인의 매력과 개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간 구성과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중심으로 설계됐다는 전언입니다. 단순히 팬을 '소비자'로 대하는 게 아니라 감정적으로 연결된 '동행자'로 초대하는 감성이 엿보이는 부분인데요. 스노우맨이 팝업을 택한 것도 한국 시장과 팬덤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죠.
스노우맨 측 관계자는 본지에 "이번 스노우맨의 팝업스토어는 직접 참여하며 아티스트와의 교감을 선호하는 한국 팬들에게 특별한 팬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인터랙티브 콘텐츠 중심의 공간으로 구성된다"며 "최애 멤버 테스트부터 돈룩업 포토부스, 탑로더 꾸미기(탑꾸), DIY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스노우맨 그룹이 가진 고유의 매력과 멤버들의 개성을 팬분들이 보다 가깝게 느끼실 수 있도록 특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K팝 시장은 단순한 한류 소비지를 넘어 글로벌 음악 산업의 레퍼런스로 자리매김한 모양샙니다. 일본과 동남아시아는 물론 북미·유럽 등 각국의 아티스트들이 한국 시장 진입을 전략적으로 고려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죠.
이 중심에는 팬덤이라는 강력한 문화적 인프라가 놓여 있습니다. 한국은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로 대표되는 K팝의 세계화 거점이자, 팬 플랫폼·공식 굿즈·팝업스토어·콘텐츠 지식재산권(IP) 유통까지 아우르는 입체적 팬 경험의 허브로 진화했는데요. 단순한 음반 판매나 공연을 넘어, '팬 경험의 최적지'로서 위상이 공고해지고 있는 거죠.
이에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단순한 해외 진출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실물 음반 기반의 강력한 구매력, 세계 최고 수준의 팬 충성도, 콘텐츠를 경험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정교하게 축적된 시장인 한국에서의 성과는 단순 매출을 넘어 글로벌 팬덤 운영 모델로서의 유효성을 검증받는 무대 역할까지 합니다. 실제로 많은 글로벌 아티스트와 브랜드들이 한국 내 반응을 기준으로 전략을 재정비하거나 글로벌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브랜드 감도와 팬 경험 설계 역량을 입증하는 핵심 지표로 작용하죠.
J-팝 아이돌의 해외 진출 전략에서도 한국 시장 진출은 분명한 전환점이 됩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팬미팅을 개최한 더 람페이지(THE RAMPAGE) 등 연예 기획사 LDH 계열 소속 아티스트들의 경우 공연 중심의 활동을 전개한 바 있고요. 요네즈 켄시, 아이묭 등 싱어송라이터들은 잇따라 한국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고 음원 스트리밍과 공식 플랫폼을 통해 국내 팬층과 접점을 넓혔습니다.
이처럼 활발한 '한국 공략' 움직임에 스노우맨은 팝업으로 차별화를 꾀합니다. 기존처럼 공연이나 음반 유통에 머무르지 않고 플랫폼 기반의 팬덤 생태계를 이해하며, 국내 팬덤 및 소비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생한 콘텐츠 경험을 설계하겠다는 목표인데요. 한국의 팬덤 문화를 이해하고 적용한 J-팝의 새로운 진화 방향이라고나 할까요.
결국 이번 스노우맨의 팝업스토어는 단기 이벤트가 아닌 글로벌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전망입니다. 팬과 아티스트가 연결되는 방식의 진화, 그리고 K팝의 폭발적 성장 이후 재정의되고 있는 글로벌 팬덤 생태계의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되는데요. 스노우맨의 첫 번째 리허설이 어떻게 베일을 벗을지 기대감이 높아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