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가’ 올라탄 한국 조선업, 기회이자 위기”

“위험한 확장 경로 될 수도
장기 수요 보장 철저한 계획 필요”

▲7월 31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에 건조 중인 선박이 보인다. (연합뉴스)

한때 세계 1위였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과 중국 국영 경쟁사들의 부상으로 휘청였던 한국 조선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 선박 건조 산업의 부활을 돕는 협력 구상이지만 한국 조선소들에는 위험한 확장 경로가 될 수도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짚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선업 부활 프로젝트는 한국 조선소엔 기회이자 위험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관세 합의 일환으로 ‘마스가’ 프로젝트 관련 1500억 달러(약 208조 원) 규모 조선업 협력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 자금은 미국 내 조선소 인수와 확장 등에 쓰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부가 가치 장비 수출, 인력 교육, 미국 내 유지보수 사업 지원에도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28년까지 수주가 꽉 찬 한국 조선 업계는 이를 새로운 시장 진출의 기회로 해석하고 있다. 한화,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업계 빅3는 이미 정부와 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다만 몇몇 전문가들은 신중을 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은창 한국 경제산업연구원 연구원은 “한국의 조선산업은 거의 10년간 위기에 놓여 있었다”며 “이제 겨우 중환자실에서 벗어났을 뿐인데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장기적인 수요 보장을 전제로 투자를 추진했다고 추정한다”며 “현재 조선산업에 있어 이러한 야심 찬 프로젝트는 철저한 계획 없이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소재 싱크탱크 힌리히재단의 데보라 엘름스 무역정책 책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선박 산업 부흥에 대한 타국의 장기적 참여를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해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협력보다는 거래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미국과 한국 모두 국내 산업을 확대하고 중국에서 제작된 선박과 경쟁할 수 있는 비용 효율적인 선박을 생산하는 데 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진정한 도전은 트럼프 행정부가 파트너와 동맹국에 대해 훨씬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라며 “미국의 장기적 약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투자한 10년 동안 우리가 합의한 내용이 안정적이고 10년 후에도 그 선박을 구매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치러줄 구매자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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