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다이브⑨] 반도체 보조금 베푸는 척⋯트럼프가 쥐려는 건 'AI 주도권'

인공지능(AI) 산업 역시 그 시작과 끝은 사람의 일이다. 희로애락을 느끼는 사람의 감정까지 AI 속에 숨어 있다. 정답이 없기에 글로벌 업계와 세계 속, 그리고 우리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AI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오늘 우리가 알고 있던 기업이 왜 이 같은 선택을 했을까. 그 결과는 언제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AI의 생리와 함께 한국의 미래를 짚어 본다.

해외기업 틀어쥐며 투자ㆍ지분 요구
트럼프, 동맹국에 AI 인프라 압박
전세계 미국 중심 질서 재편 노림수
삼성ㆍSK에 '산업 주권 공유' 강조
독립ㆍ경쟁력 확보 균형감각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속내를 드러냈다. 반도체 보조금 지분 전환 방침은 포장일 뿐, 목표는 인공지능(AI) 핵심 인프라를 틀어쥐어 미국 주도의 생태계를 공고히 하는 패권 전략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조금 수혜 기업에 돈 대신 지분을 요구하며 압박에 나섰지만 TSMC를 비롯한 기업들이 “보조금을 반납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미국 내 대규모 투자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곧바로 태도를 바꿨다. 투자를 크게 늘리는 기업에는 지분 요구를 면제하는 조건부 유예로 선회한 것이다. 이는 후퇴라기보다 역풍을 차단하면서 더 많은 투자를 유도하려는 당근과 채찍 전략으로 봐야 한다.

트럼프의 이런 행보는 지난달 공개된 AI 액션플랜과 맞물려 있다. AI 액션 플랜은 AI 모델·서비스 같은 소프트웨어에서 GPU·파운드리·서버 같은 하드웨어까지 AI 전반을 동맹국에 수출하며 미국 중심의 질서를 세우는 것이다. 반도체 지분 요구와 투자 압박은 그 인프라 전략을 구체화한 수단이다.

AI 액션플랜은 20세기 미국과 소련의 군비경쟁을 연상시킨다. 당시 미국은 핵우산을 내세워 동맹을 규합했고 소련을 압박하며 전략적 우위를 확보했다. 지금은 무기가 미사일이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핵탄두 대신 GPU와 초거대 AI 모델로 바뀌었을 뿐이다. 트럼프는 ‘AI 우산’을 들이밀며 동맹을 줄 세우고 미국이 글로벌 AI 군비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TSMC와 마이크론은 트럼프 취임 이후 추가 투자를 발표해 압박에서 벗어났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여전히 타깃에 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확정된 투자만으로는 ‘새로운 성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25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미국이 삼성에 “투자를 더 확대하라”는 요구를 본격화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가 받기로 한 47억 달러 보조금이 지분 전환 조건으로 바뀐다면 미국 정부는 삼성의 미국 내 공장 운영에서 사실상 ‘주주’로 자리잡게 된다. 이는 투자 안정성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주권을 공유하라는 압박이다. 동맹 기업을 패권 전략의 부속품으로 다루겠다는 태도는 전통적 ‘상호존중형 동맹’과는 확연히 다른 트럼프식 민낯이다.

이번 25일 한국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단순한 동맹 이벤트가 아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글로벌 AI 및 반도체 산업에서 전략적 입지를 재확인하는 중요한 기회다. 트럼프 대통령은 투자 확대를 조건으로 미국 주도의 AI 생태계 참여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첨단 산업과 국가 전략 주권을 지키기 위해 기존 약속의 성실한 이행을 강조하면서도 과도한 지분 요구나 경영 간섭에는 신중한 대응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버린 AI 구축을 내세운 상황에서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하되 자국 산업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보호하는 균형 감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미국과의 협력 강화는 불가피하지만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국내외 이해관계와 산업 생태계를 면밀히 고려해 압박에 대응하며 협상 과정에서 투자 확대와 산업 주권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적 선택과 설득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이 미국 주도의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 적극 참여하면서도 자국의 기술 자립과 산업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국가적 방향성을 명확히 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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