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판로 정체 속 비축 8만8000t…양곡법 취지도 시험대

쌀 과잉을 막겠다던 정부의 처방이 불과 2년 만에 ‘콩 과잉’이라는 새로운 뇌관을 키우고 있다. 논콩 재배 면적은 80% 가까이 늘었지만 소비는 제자리걸음을 하며 비축 재고가 8만8000톤까지 불어났다. 가격은 떨어지지 않은 채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면서 양곡법의 실효성까지 도마에 올랐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올해 국내 콩 재배 면적은 8만3133㏊(헥타아르)로, 이 가운데 논콩은 3만2920㏊에 달했다. 지난해보다 46.7% 늘어난 규모다.
전략작물직불제 시행 이후 신청 면적은 2023년 1만9500㏊에서 2024년 2만3000㏊, 올해 3만5000㏊로 확대되며 불과 2년 만에 7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콩 생산량도 2022년 13만t, 2023년 14만1000t, 2024년 15만5000t으로 꾸준히 늘었다.
그러나 공급 확대가 곧바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달 초 국산 콩(40㎏) 중도매 가격은 23만1000원으로, 지난해보다 4.2% 올랐다. 정부가 2024년산 국산 콩 5만t을 수매하고 WTO TRQ 증량물량 수입을 중단하면서 시장에 풀린 물량이 제한된 영향이다. 국산 콩은 ㎏당 5000원 안팎으로 수입콩(1400원)의 3.5배에 달해 가공업체의 국산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
수요가 늘지 않으면서 비축 재고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23년 3만3000t이던 국산 콩 비축량은 2024년 4만5000t으로 늘었고, 올해 3월 기준 8만8000t으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농식품부는 올해 수준의 재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경우 2027년부터 과잉 생산과 가격 하락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논콩 과잉은 최근 개정된 양곡관리법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던지고 있다. 양곡법은 쌀 수급 균형을 위해 논타작물 확대를 규정했지만, 대표 품목인 논콩에서 이미 공급 과잉과 소비 정체라는 부작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쌀 과잉 문제를 풀려던 정책이 되레 콩 과잉으로 이어지며, 농가·업계·정부 모두가 새 리스크에 직면했다.
정부는 재배 구조 조정과 수요 확대를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생산자단체와 간담회에서 논콩 재배 면적을 30∼40% 줄여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논콩 전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과잉 생산 방지를 위한 적정 재배 필요성을 논의했다”며 “논콩 등 면적 감축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선 10월 말까지 콩 수요 확대 방안을 생산자단체와 함께 협의해 수립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쌀·콩 등 식량작물이 수요를 고려한 적정 생산을 통해 제값을 받고 팔릴 수 있도록 생산자단체와 소통하며 정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수요 확대를 위해 식품기업이 콩 가공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소비자 행사용 제품을 생산할 때 비축 콩을 할인 공급하고, 국산 콩을 활용한 제품 개발과 출시도 지원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식품기업을 찾아 “국산콩 품질 관리와 생산성 향상으로 우수한 원료를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비자 맞춤형 제품을 개발해 시장을 넓히고 국내 농가와의 상생을 위해 국산 콩 사용을 확대해달라”고 당부했다.











